[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를 시작으로 규제에 발 묶였던 미래 유망 사업들이 잇따라 물꼬를 텄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병원에 가지 않아도 편하게 집에서 재활치료를 받거나, 인공지능(AI) 주류 판매기로 간편하게 주류를 사는 등의 일들은 이제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규제에 갇혀 상상만 했던 일들이 '샌드박스'로 현실에 한 걸음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산업융합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홈 재활'을 돕는 스마트 글러브(네오펙트)를 비롯해 총 8개의 과제를 샌드박스 임시허가·실증특례 대상으로 승인했다. 샌드박스란 신제품, 신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샌드박스로 승인된 사업 모델은 민간 샌드박스 1호에 이름을 올린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를 비롯해 △자동차 소프트웨어 무선업데이트 △홈 재활 치료 기기 스마트 글러브 △공유미용실 △AI 주류판매기 △렌터카 활용 펫 택시 △드론 활용 도심 시설물 점검 서비스 등이다.
스마트 글러브는 거동이 힘든 소아마비, 뇌졸중 환자가 병원을 가지 않고 집에서 재활 훈련을 하도록 돕는 재활훈련 기기다. 미국 등 4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국내는 비대면 진료 금지로 시장 출시를 못 했다.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는 해당 제품과 서비스에 실증특례를 부여하고, 소아마비·뇌졸중 환우 2000여명을 대상으로 의사 최초 처방 범위 내에서 '비대면 상담 및 조언'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보호자와 환자는 재활치료에 대한 수고스러움을 크게 덜고, 재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샌드박스 통과 소식에 '스마트 글러브' 회사 네오펙트를 운영하는 반호영 대표는 "포기 상태에서 샌드박스가 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집안 어른들이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는데, 재활 훈련이 너무 어렵고 활용할 수 있는 기기도 너무 적었다"며 "제가 느낀 불편함을 해결하고 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창업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전 성인인증을 거쳐 주류를 자동결제하는 AI 주류판매기(도시공유플랫폼)도 소상공인 영업장에서 테스트를 시작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유·무인 편의점으로 사업을 확대하게 된다. 대한상의는 "소상공인이 미성년자의 고의적 주류 구매로 송사에 휩싸이거나 영업정지 등으로 폐업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AI 주류판매기로 분쟁 시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하는 현대차의 서비스(OTA·Over-The-Air)도 임시허가를 받았다. 국토부는 임시허가 기간 자동차 전자제어 장치 무선 업데이트 서비스를 정비업 제외사항에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 밖에 미용실 하나에 여러 명의 미용사가 입주하는 공유미용실(제로그라운드), 자율비행으로 도시 시설을 점검하는 순찰 드론(무지개연구소), 승차 거부 없는 반려동물 택시(나투스핀) 등도 샌드박스를 통해 기회를 얻었다.
이들 사업은 미용업의 설비·사업장 공동사용 제한, 군 관할공역 드론 비행 1개월 단위 승인과 카메라 촬영 제한, 렌터카 유상 운송 금지 등으로 막혀있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민관이 합심해서 새로 시작하는 분들께 희망을 줄 수 있어 좋다"며 "이번 기회로 새롭게 시작하는 기업이 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면 건강한 생태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비대면 진료·공유경제·펫테크 등 국민 편익을 높임과 동시에, AI 자판기·드론·OTA 등 산업 연관효과가 큰 사업들이 시장에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신사업 효시가 될 혁신제품과 기술의 출시를 지속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박용만(맨 앞 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5일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열린 '산업융합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앞두고 면접 대기 중인 기업대표들을 만나 격려를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