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상황 속에 역대 최대 규모의 유동성이 시중에 풀렸으나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 주변을 맴돌 뿐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광의 통화량(M2)은 3018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시중 유동성 지표인 M2가 3000조 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60조 원에 육박하는 정부의 1~3차 추경 편성, 역대 최저인 0.5%까지 떨어진 한은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이렇게 풀린 유동성은 자산시장을 팽창시켜 '거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코스피는 연초 수준을 거의 회복했고,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에도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시중 유동성 흐름이 생산 투자 소비 수출 등 생산적인 부문이 아니라 비생산적 부문으로 왜곡돼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 당국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완화적 재정·통화정책 하에선 돈이 기업과 가계로 흘러가 생산·투자 진작, 고용 증가, 적극적인 소비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풀린 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질 못하고 있다. 경제 혈맥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막힌 수도관에 물이 흐를 순 없다. 아무리 많은 물을 퍼부어봐야 엉뚱한 곳으로 흘러넘칠 수밖에 없는 이치와 똑같다. '돈맥 경화'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반(反)기업, 친(親)노조 정책이다. 말로만 기업가를 우대하지, 실제로는 기업인을 죄인 다루듯 하는 나라에서 어느 기업이 정부를 신뢰하고 투자지갑을 열까. 기업인들은 "득세하는 노조 세력과 반기업적 규제가 겁나 투자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23일 열린 국무회의에선 '노조3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공무원 노조법,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법 개정 시 실업자와 해고자 노조가입이 허용되고, 법외노조인 전교조가 합법화된다.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친노조 성향의 정부가 기업을 옭아맬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회의 3차 추경안 처리를 촉구하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업은 투자할 여윳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투자할 의욕이 없을 뿐이다. 언제까지 경제 혈맥을 막고 있는 반기업 친노조 정책을 고집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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