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
제5대 대표이사로 지난 3월 취임한 송제용(사진)은 언론사에서 문화 사업을 담당한 기획전문가이다. 그가 좋아하는 표현은 "적확하다"는 말. 정확하게 맞아 조금도 틀리지 아니하다는 뜻이다. "선택"과 "차별화"도 이 말과 함께 즐겨 사용한다.
문화재단이 뿌리내리고 있는 마포구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럴만도 하다. '아, 그 인상적이었던 곳이 마포에 속한 곳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포에는 다양한 문화와 예술, 공간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데이트족의 일과가 마포에서 시작해 마포에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경의선숲길에서 만난 연인. 그들은 연남동 맛집에서 배를 채운다. 이후 홍대 인근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문화비축기지로 향한다. 해가 질 무렵에는 홍대로 다시 온다. 카페에서 술 한잔과 인디밴드의 공연을 보고 헤어진다. 이처럼 특별한 감수성이 서려 있는 곳이 마포이다.
그래서 송 대표는 집무실 벽면에 걸려 있는 마포구 지도에 가상의 선을 이리저리 그어보고 지워본다. '선택'과 '차별'화된, 문화와 예술이 서려 있는 동선이다. 그리고 재삼 묻는다. 이 동선은 그들에게 '적확'할까라고.
-갓 취임한 문화재단 대표에게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인근 문화자원에 대한 파악이다.
"대표로 취임해서야 마포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천지개벽한 동네이다. 들여다보면 뭐가 툭툭 튀어나온다. 부동산 상승률이 높아 비싼데 예상 외로 젊은 부부들도 많이 살더라. 부부에게는 자녀가 있기 마련이고, 그러면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을 찾을 것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생각해보고 있다."
-그로부터 얻은 작은 결론이 있다면?
"어린 시절을 추억해보면 가족과 함께 하는 창경원(창경궁) 나들이가 내 인생의 최고의 행복이었다. 마포문화재단의 마포아트센터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쉽게 올 수 있고, 그런 추억을 심어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예를 들어 매주 토요일 오전마다 마포아트센터 광장에서 가족이 볼 수 있는 인형극이 펼쳐지고, 로비에는 피아노가 놓여있어 학생이나 예술가 누구나 자유롭게 공연을 하고 관람하도록 하고 싶다. 지금은 활용도가 낮은 마포아트센터 갤러리와 스튜디오를 활용해 트렌디한 사진전을 열어 누구나 예술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엔도르핀 생성공장'이 되었으면 한다"
-'마포아트센터'를 검색하고 홈페이지를 보니 공연·전시, 아카데미 등으로 나눠지는 다른 문화재단(공연장)과 달리 마포문화재단(마포아트센터)는 지역문화, 페스티벌, 생활체육 등 여러 카테고리로 되어 있다. 마포의 정체성이 이러한 여러 사업에 잘 반영되어야 할텐데, 그것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인디펜던트이다."
-'인디펜던트'는 여러모로 해석이 될 것 같은데.
"젊음이다. 이곳은 스트리트 댄스 등 젊음의 예술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늘 활기와 젊은 생각이 있다. 지난 4월,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생중계로 진행했지만 '올 댓 리듬 Live'(4.17,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도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 취임하기 전인 작년부터 한국 최초의 탭댄스 페스티벌인 '서울 탭댄스 프린지'(2019.3.7~9,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가 열린 곳도 이곳이다. 순수예술의 입장에서 보면 인디 장르다. 하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형성할 수 있는 기운의 예술이다. 전국에서 독립서점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도 홍대지구이다. 이처럼 젊고 '독립'되어 있는 문화자원을 잘 끌어안아야 하는 게 우리 재단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곳이 많다.
"서울시 25개구 중에 흥미로운 장소를 많이 안고 있고, 반경도 넓다. 다른 도시라면 구마다 하나씩 있을 관광지와 문화 명소가 마포에는 다 있다. 인디문화의 홍대, 스포츠문화의 월드컵경기장, 한강의 수변, 경의선숲길과 문화비축기지 같은 공원. 그래서 이를 아우르기 위한 재단의 외형도 예산도 다른 재단에 비해 높은 편이다."
-각각의 장소에 맞는, 그리고 그곳들을 엮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타지인에겐 흥미로운 장소인만큼 흥미로운 뭔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엮어서 시너지를 낼지 고민이다. 걷다 보니 토정 이지함 동상도 보았다. '토정비결'을 쓴 그의 이름을 딴 특화거리는였다. 마포 나루터에서 사주를 봐주거나 먹고 살기 어려운 서민의 고민 상담도 해주었다고 한다. 당시의 경영컨설턴트였던 셈이지. 이 위대한 인물의 '애민정신'을 기리고, 동시에 바쁜 현대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사주, 관상, 타로 전문가 등을 초빙해 답답한 앞날을 잠시나마 해소할 수 있는 축제도 만들어보고 싶다."
-'다양한 기획'이라는 뻔한 용어보다는 '재미진 꺼리'들이 머리 속에 가득한 것 같다. 새로운 콘텐츠를 시민에게 접속시키기 위한 방식도 남다를 것 같은데.
"아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트레이닝'이나 '반복학습'이라는, 조금은 거친 말을 쓰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문화와 예술은 특혜 받은 사람들의 소유물이었다. 그러면서 잃은 게 대중이다. 여기서 반복학습이 중요하다. 지금, 트로트가 대세다. 나이든 사람들의 음악으로 인식되던 음악이 대중 속으로 들어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반복하다보니 트로트라는 음악에 대한 '정서'가 형성된 것이다. 쉬운 음악과 어려운 음악이 어딨나. 어려운 음악도 계속 듣다보면 쉬운 음악이 된다."
■'적확함'이 '차별화'를 만든다
2015년부터 마포문화재단은 M-PAT 클래식음악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송 대표의 말처럼 마포구 내 명소들이 훌륭한 음악회장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베이스캠프인 마포아트센터를 시작으로 상암월드컴공원 수변 특설무대, 인디음악 공연장 벨로주, 망원도 서울함 공원, 경의선숲길 등이다. 작년에는 8월부터 10월까지, 계절상으론 팽팽한 열기의 짙은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960명의 음악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37회의 공연이 50일간 이어졌다. 40,937명이 관람한 도심 속 음악축제였다.
-새로운 기획도 임무지만, 기존의 것을 이어가며 브랜드를 높이는 것도 업무의 하나일 것이다. M-PAT 클래식음악축제가 차츰차츰 강북의 음악축제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래도 변화의 옷을 입힐 텐데.
"여름과 가을에 걸쳐 있는 축제를 여름축제로 집중할 예정이다. 음악가와 연주의 고급화를 당장 실현하는 차별화는 곧바로 실현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것은 강남의 공연장이 만족시켜줄 것이다. 대신 우리는 음악을 즐기는 방식과 공간의 차별화이다. 올해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초청하되 상징적인 장소에서 의미있는 공연들을 기획하여 지금까지 장기간 진행되어 온 축제의 기간은 줄이되 더욱 임팩트 있는 공연으로 만드려 한다. 양질의 콘텐츠와 흥행,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것이다."
-또 다른 것을 기획한다면.
"현재 보신각 타종행사(강북)와 코엑스광장(강남)에서 펼쳐지고 있는데, 젊은 세대가 뜨겁게 한 해를 맞이할 수 있는 연말 카운트다운 행사를 만들고 싶다. 인디밴드의 성지라 할 수 있는 마포구 홍대 일대에서 인디밴드의 릴레이 공연이 펼쳐지고, 그 절정을 EDM 같은 음악으로 장식한다면 새해를 맞이하는 벅찬 감동을 마포에서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적 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는 지금, 이번 계기로 문화재단과 공연장의 생리도 달라질 텐데.
"콘텐츠의 차별화 뿐만 아니라 콘텐츠 송출방식에도 차별화를 이뤄야 하는 시점에 왔다. 무대를 넘어 온라인의 세계도 아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이자 문화기획자로서 즐겨 사용하는 말이나 단어가 있다면.
"'적확하다'라는 말. '정확하다'보다 격음화가 되어 거칠어 보인다. 하지만 뭔가 뚜렷한 걸 원하는 내게는 이 단어가 잘 맞다. 그리고 '흥행'이라는 말이다."
글=송현민 월간객석 편집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