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아서 다행이지예."
지난 22일 오후 2시 대구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동성로 일대. 이 곳에서 와플 가게를 운영하는 이희정(여 ·56세) 씨는 '좀 어떠시냐'는 질문에 "3~4월에는 유령도시나 마찬가지였는데, 지금은 그래도 나아졌다"고 했다.
이 씨는 지나가는 행인들을 가리키며 "사람들이 잘 돌아다니지 않느냐"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대구가 웃음을 되찾고 있었다.
대구는 지난 2월 18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코로나19가 가장 매섭게 할퀴고 간 지역이라는 오명을 썼다. 특히 신천지예수교회 교인들의 대규모 집단 감염 탓에 하루 확진자가 741명까지 치솟기도 했다.
당시 대구 시내는 사실상 마비됐었다. 대구 주요 상권인 동성로 일대 가게가 모두 문을 닫은 것은 물론,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한 2월 27일부터 5일간 주요 도로인 신천대로 통행량은 1년 전보다 25% 줄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지금 대구가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 4월 중순서부터 신규 확진자 수가 서서히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한 이래 지난달 들어서는 0명대까지 접어들었다. 23일 기준 대구시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총 6901명으로 전날 대비 1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로써 현재까지 대구에서 감염된 사람 중 61.8%에 달하는 4265명이 신천지 교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요양병원 등 고위험군 시설·집단에서 감염된 사람은 540명으로 전체의 7.8% 수준이다. 확진자 가운데 완치 판정을 받은 비율 사람은 6770명으로 전체 확진자 중 98.1%를 기록했다.
동성로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24세·여)는 "코로나19로 매출도 90% 넘게 줄어들었는데, 요즘은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확실히 늘어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다만 수도권에서 발생한 이태원 클럽발, 물류센터 집단감염 여파가 대구까지 미치고 있다는 점은 걱정거리다.
김씨는 "이태원 터지고, 물류센터 터지면서 사람들이 다시 집 밖으로 안 나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대구가 코로나19로 심하게 앓다 보니 생긴 학습현상 아니겠느냐"고 씁쓸하게 혀를 찼다.
동성로와 가까이 위치한 중앙로 지하상가도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었다. 특히 학생들의 등교가 정상화되면서 오후 4시가 넘어서자 드문드문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아예 볼 수 없었던 학생들이 이제는 지하철, 버스 타고 등교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인근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혜진·박지혜 양은 "1·2학년은 한 주는 직접 학교로 나와 수업을 듣고, 한 주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다"며 "3학년은 매일 학교로 나와 수업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도 원래 50분이었는데, 40분으로 단축해 수업하다 보니 평상시보다 하교 시간이 빨라졌다"고 했다. '학원으로 향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학원도 학생들 온도 측정하고, 명부도 쓰고, 손 소독까지 다 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이니까 불편해도 참는다"고 답했다.
일상으로 돌아왔어도 대구 시민들의 코로나 19 방역 의식은 여전히 국내 다른 어떤 지역보다 높았다. 대구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동성로 옆 2·28 기념 중앙공원에서 만난 박혁수 할아버지(66세)는 "마스크 쓰면 땀도 차고 숨 쉬기도 어려워 불편하다"면서도 "젊은 애들도 쓰고 다니는데, 나이 먹고 안 쓰고 다니면 더 욕먹는다"고 했다. 공원 주변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 '콜'을 기다리던 종업원 이모 씨(남·28세)는 "대구 시내에서 배달하는 사람 중에 마스크 안 쓰고 영업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된다"며 "마스크 안 쓰면 손님들이 보는 눈길부터 다르다"고 했다.
웃음을 되찾았지만 코로나 19에 대한 트라우마는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계산대성당 인근에서 만난 한 노부부에게 질문을 위해 다가가자 "신천지냐"고 쏘아 묻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나이 대가 있는 사람일수록 경계심이 강했다. 이 노부부는 기자 명함을 확인하고 나서야 "신천지인 줄 알았다"며 "확진자가 는 게 신천지 때문이다 보니, 무심결에 세게 반응해버렸다"고 했다.
대구 3대 전통시장 중 하나인 서문시장은 정부가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 덕에 분위기가 되살아났다는 상인들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재난지원금 사용 기한이 다가올수록 손님들의 발길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임모 씨(여·54세)는 "시장이 아예 폐쇄됐던 지난 몇 달 간 아예 매출이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며 "지금은 코로나19도 잠잠해지고, 나라에서는 재난지원금, 대구에서도 생활지원금을 나눠준 덕에 손님들이 다시 찾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옆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반짝 한철 아니겠느냐"며 "재난지원금이 풀린 직후에는 사람들도 많이 찾았는데, 지금은 점심 시간에 식사하러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타지 사람들도 아직은 대구를 찾는 데 대한 부담감을 나타냈다. 출장 차 동대구역에서 시내로 이동하려던 김명훈 씨(남·38세)는 "불가피한 출장이라 회사에서도 대구로 보냈겠지만, 좀 찝찝한 것도 사실"이라며 "되도록 업무 위주로만 동선을 짜고, 불필요한 곳은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 동대구역 앞 공용주차장에는 코로나19 간이 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 곳에서 주차 안내원을 하는 직원은 "간이 진료소 때문인지 사람들이 주차를 잘 안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대구 사람들이 아닌 타지 사람은 오죽하겠느냐"고 했다.
코로나 19 전후의 대구는 정말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도시의 겉모습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게 남은 코로나 19의 상흔을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 19가 우리 한반도를 엄습한 지 5개월여, 'AC(코로나 이후) 시대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지금의 본 대구의 모습이지 않을까' 대구 시민들의 얼굴이 취재를 마친 뒤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대구=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지난 22일 오후 2시 대구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동성로 일대. 이 곳에서 와플 가게를 운영하는 이희정(여 ·56세) 씨는 '좀 어떠시냐'는 질문에 "3~4월에는 유령도시나 마찬가지였는데, 지금은 그래도 나아졌다"고 했다.
이 씨는 지나가는 행인들을 가리키며 "사람들이 잘 돌아다니지 않느냐"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대구가 웃음을 되찾고 있었다.
대구는 지난 2월 18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코로나19가 가장 매섭게 할퀴고 간 지역이라는 오명을 썼다. 특히 신천지예수교회 교인들의 대규모 집단 감염 탓에 하루 확진자가 741명까지 치솟기도 했다.
당시 대구 시내는 사실상 마비됐었다. 대구 주요 상권인 동성로 일대 가게가 모두 문을 닫은 것은 물론,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한 2월 27일부터 5일간 주요 도로인 신천대로 통행량은 1년 전보다 25% 줄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지금 대구가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 4월 중순서부터 신규 확진자 수가 서서히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한 이래 지난달 들어서는 0명대까지 접어들었다. 23일 기준 대구시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총 6901명으로 전날 대비 1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로써 현재까지 대구에서 감염된 사람 중 61.8%에 달하는 4265명이 신천지 교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요양병원 등 고위험군 시설·집단에서 감염된 사람은 540명으로 전체의 7.8% 수준이다. 확진자 가운데 완치 판정을 받은 비율 사람은 6770명으로 전체 확진자 중 98.1%를 기록했다.
동성로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24세·여)는 "코로나19로 매출도 90% 넘게 줄어들었는데, 요즘은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확실히 늘어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다만 수도권에서 발생한 이태원 클럽발, 물류센터 집단감염 여파가 대구까지 미치고 있다는 점은 걱정거리다.
김씨는 "이태원 터지고, 물류센터 터지면서 사람들이 다시 집 밖으로 안 나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대구가 코로나19로 심하게 앓다 보니 생긴 학습현상 아니겠느냐"고 씁쓸하게 혀를 찼다.
동성로와 가까이 위치한 중앙로 지하상가도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었다. 특히 학생들의 등교가 정상화되면서 오후 4시가 넘어서자 드문드문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아예 볼 수 없었던 학생들이 이제는 지하철, 버스 타고 등교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인근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혜진·박지혜 양은 "1·2학년은 한 주는 직접 학교로 나와 수업을 듣고, 한 주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다"며 "3학년은 매일 학교로 나와 수업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도 원래 50분이었는데, 40분으로 단축해 수업하다 보니 평상시보다 하교 시간이 빨라졌다"고 했다. '학원으로 향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학원도 학생들 온도 측정하고, 명부도 쓰고, 손 소독까지 다 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이니까 불편해도 참는다"고 답했다.
일상으로 돌아왔어도 대구 시민들의 코로나 19 방역 의식은 여전히 국내 다른 어떤 지역보다 높았다. 대구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동성로 옆 2·28 기념 중앙공원에서 만난 박혁수 할아버지(66세)는 "마스크 쓰면 땀도 차고 숨 쉬기도 어려워 불편하다"면서도 "젊은 애들도 쓰고 다니는데, 나이 먹고 안 쓰고 다니면 더 욕먹는다"고 했다. 공원 주변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 '콜'을 기다리던 종업원 이모 씨(남·28세)는 "대구 시내에서 배달하는 사람 중에 마스크 안 쓰고 영업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된다"며 "마스크 안 쓰면 손님들이 보는 눈길부터 다르다"고 했다.
웃음을 되찾았지만 코로나 19에 대한 트라우마는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계산대성당 인근에서 만난 한 노부부에게 질문을 위해 다가가자 "신천지냐"고 쏘아 묻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나이 대가 있는 사람일수록 경계심이 강했다. 이 노부부는 기자 명함을 확인하고 나서야 "신천지인 줄 알았다"며 "확진자가 는 게 신천지 때문이다 보니, 무심결에 세게 반응해버렸다"고 했다.
대구 3대 전통시장 중 하나인 서문시장은 정부가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 덕에 분위기가 되살아났다는 상인들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재난지원금 사용 기한이 다가올수록 손님들의 발길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임모 씨(여·54세)는 "시장이 아예 폐쇄됐던 지난 몇 달 간 아예 매출이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며 "지금은 코로나19도 잠잠해지고, 나라에서는 재난지원금, 대구에서도 생활지원금을 나눠준 덕에 손님들이 다시 찾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옆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반짝 한철 아니겠느냐"며 "재난지원금이 풀린 직후에는 사람들도 많이 찾았는데, 지금은 점심 시간에 식사하러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타지 사람들도 아직은 대구를 찾는 데 대한 부담감을 나타냈다. 출장 차 동대구역에서 시내로 이동하려던 김명훈 씨(남·38세)는 "불가피한 출장이라 회사에서도 대구로 보냈겠지만, 좀 찝찝한 것도 사실"이라며 "되도록 업무 위주로만 동선을 짜고, 불필요한 곳은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 동대구역 앞 공용주차장에는 코로나19 간이 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 곳에서 주차 안내원을 하는 직원은 "간이 진료소 때문인지 사람들이 주차를 잘 안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대구 사람들이 아닌 타지 사람은 오죽하겠느냐"고 했다.
코로나 19 전후의 대구는 정말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도시의 겉모습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게 남은 코로나 19의 상흔을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 19가 우리 한반도를 엄습한 지 5개월여, 'AC(코로나 이후) 시대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지금의 본 대구의 모습이지 않을까' 대구 시민들의 얼굴이 취재를 마친 뒤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대구=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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