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총수들, 생산현장 직접 찾아 진두지휘 이재용, 반도체연구소서 간담회 신동빈, 안성 롯데칠성음료 찾아 정용진, 이마트타운 월계점 점검 구광모는 LG사이언스파크 방문
신동빈(오른쪽)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경기 안성 롯데칠성음료 스마트팩토리 음료 생산라인을 임원들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해 재계 총수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사무실을 박차고 일제히 현장에 직접 찾아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 총수들은 최근 한달 여 동안 주요 생산현장 등을 찾아가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이달 들어 연일 현장 강행군을 이어가며 투자를 독려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화성사업장의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사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사업 전략을 점검하며 "시간이 없다"며 미래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가뜩이나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로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미래 전략을 살펴봤다. 차세대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등을 살펴본 이 부회장은 "가혹한 위기상황"이라며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의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며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앞서 지난 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 등과 함께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롯데칠성음료 '스마트 팩토리'를 방문했다. 안성 '스마트 팩토리'는 생산과 재고 관리, 유통 등 전 과정이 지능화된 생산공장으로, 롯데가 그룹 전반에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날 신 회장은 "안성 스마트 팩토리는 올해 주요 시스템이 구축된 만큼 포스트 코로나에 빠르게 대응하는 그룹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라며 "원자재부터 제품 생산까지 제조 이력도 추적할 수 있는 만큼 식품 안전 대응 체계를 확실히 다지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아울러 지난 17일에는 해운대 시그니엘 부산 호텔 오픈 행사에도 직접 찾아가 코로나19에 따른 관광 산업 영향력 등을 직접 점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지난 4일 첫 현장 행보에 나섰다. 정 부회장은 강희석 이마트 사장 등과 함께 이마트의 첫 미래형 점포 '이마트타운 월계점'을 찾았다. 월계점은 지난해 창사 이후 첫 적자를 낸 이마트가 운영 노하우를 집약해 오프라인의 미래를 찾기 위해 선보인 전략 점포로, 지난달 28일 복합 몰 형태로 문을 열었다.
정 부회장은 "어려울 때 일수록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과 도전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하자"며 "고객이 찾는 신선식품은 이마트에 꼭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이마트에서만 볼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이 있어야 고객들이 이마트를 찾는다. 월계점 신선식품 매장은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지난달 28일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출범 2년을 맞은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그룹 차원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및 인공지능(AI) 추진 전략과 현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구 회장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고 볼 수 있다"며 "사이언스파크만의 과감한 도전 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LG사이언스파크는 2018년 6월 취임한 구 회장이 3개월 뒤 취임 후 처음 찾았던 사업 현장이다. LG그룹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중소기업·스타트업(신생 밴처)과의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개방형 혁신'의 거점 역할을 하는 곳이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LG화학 대산공장을 방문해 최근 연이어 발생한 국내외 사업장 사고에 대해 "염려를 끼쳐 매우 송구하다"고 사과하며 임직원에게 강도 높은 안전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재계가 현장 경영에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위기 극복 의지를 보다 강력하게 전달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총수들이 현장 경영에 나서고 있는 것은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이라며 "위기 상황에서 흔들림 없이 경영을 이어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