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방위비 분담금 압력 "북으로부터 지켜주는 보상 원해" 부지 문제 등 文대통령과 설전도
미국 백악관을 배경으로 18일(현지시간) 촬영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표지.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수차례에 걸쳐 노골적으로 방위비 압박을 요구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논리로 반박했다고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혔다.
23일(현지시간) 출간되는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사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11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일정 가운데 업무 오찬에서 북한 상황 및 한미 간 무역 현안을 거론한 뒤 주한미군 기지 문제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TV를 수출하는 특전을 누리는 것으로 인해 미국이 연 40억 달러를 잃고 있다면서 미국이 기지들에 연 50억 달러를 지출한다고 설명했다. 50억 달러는 방위비 협상 초기에 미국 측이 요구한 액수다.
볼턴은 책에서 "트럼프는 매년 지급 비용으로 80억 달러와 50억 달러를 얻는 방법은 모든 미군을 철수한다고 협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야 매우 강한 협상 위치에 서게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자신이 문 대통령을 보호하고 싶어하며 커다란 존경심을 갖고 있다는 점도 전했다고 회고록에 돼 있다.이에 문 대통령은 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기지 비용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치가 너무 높다고 항변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이 기지 부지를 임차할 수 있는지, 또는 무료로 할 수 있는지 물어봤으나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4%를 국방 예산으로 쓰고 있다는 말로 피해갔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볼턴 전 보좌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사랑하지만, 미국이 매년 무역 분야에서 한국에 200억 달러씩 잃었다"며 "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한국에 관세를 부과하라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에 거부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년 전에 볼턴 전 보좌관에게 기지 비용을 산출, 공평하고 공정한 분담을 위해 한국과 협력하라는 지시를 했으며, 산출된 비용은 연간 50억 달러 내지 55억 달러였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 적었다. 그는 다만 수치는 왔다 갔다 한다고 부연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을 지키기 위한 부지에 대한 부동산세를 부담해선 안 된다"면서 "상황이 평화롭게 되면 아마도 우리는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이렇게 할 의무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수익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저 매우 부자 나라를 그 북쪽 이웃으로부터 지켜주는 데 대한 보상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평화로워지면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한 지 70년이 지났고 이제 자신이 김정은을 만나 한국을 구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자 문 대통령은 미국의 어마어마한 지원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한국이 지원을 받기만 한 게 아니라 베트남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군대를 보냈다며 반박한 것으로 회고록에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