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채 문제가 임계점을 넘을 수 있음을 일깨우는 통계수치가 쏟아지고 있다. 21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95.5%로 직전 분기보다 1.6%포인트 높아졌다. 조사 대상 43개국 중 가장 큰 오름폭이다. 이런 오름폭은 홍콩과 함께 공동 1위다. 속도가 아닌 규모 면에선 전 세계 7위를 차지했다. 민간(가계+기업) 신용의 GDP 대비 비율은 197.6%로, 이 역시 2.6%포인트 올랐다. 43개국 가운데 3번째로 빠른 증가 속도다. 기업부채 증가 속도 역시 가파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은행권 기업 대출은 16조원이나 늘었다. 이런 증가 규모는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9년 6월 이후 세 번째로 큰 것일 뿐 아니라, 5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한마디로 가계, 기업 가릴것 없이 부채가 빠른 속도로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사실이다. 부채 증가 속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투입을 늘리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대출 창구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라면 올해의 경우 사상처음으로 민간 신용의 GDP 대비 비율이 200%를 훌쩍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고 한다. 소득 수준이 빚 증가 속도를 못 따라간다는 것 또한 문제다. 성장률 0%대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빚을 통해 빚을 갚는 구조'가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세금 퍼주기 등 포퓰리즘 정책이 기승을 부릴 조짐이어서 기가 막힐 뿐이다.

빚이 이렇게 늘면 기업은 투자를, 가계는 소비를 각각 하지못해 불황과 저성장의 요인이 된다. 그러면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까지 정부 예상보다 3년이나 빠른 2054년이면 고갈된다고 하니 총체적 재정개혁이 화급해졌다. 무엇보다 합리적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재정준칙 법제화도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 외환위기가 기업 부채 증가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잊지말라. 정신 바짝 차리고 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정부가 현실을 외면하지 않기를 다시 한번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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