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아우디가 자율주행 레벨3의 A8을 공개하며 상용 자율주행차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아직 제도화가 진행 중이긴 하나, 국내는 2020년 7월부터 레벨3의 자율주행차 주행을 허용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4월 과기정통부, 산업부, 국토부 및 경찰청의 다부처 국가 R&D 사업인 자율주행 기술개발 혁신사업이 예비타당성 승인을 받아 2021년부터 7년간 약 1조 1천억 원 예산 규모로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자율주행 고도화(레벨4, 레벨5) 및 보급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의 핵심은 눈과 귀의 역할을 담당하는 라이다, 레이다, 카메라, 초음파, GPS 등의 센서에 있다. 자율주행 레벨3는 차량이 스스로 주행차로를 따라 주행하거나 필요시 주변상황을 인지하고 주행차로 변경이 가능한 수준의 부분 자율주행을 의미한다. 차량과 주변사물(또는 객체)과의 상대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라이다, 레이다 같은 센서가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차량의 주 제어권은 운전자에게 있다.
일부 상황만 제외하고 차량이 운전자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는 레벨4부터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목적지 입력만으로 주행이 가능해야하기 때문에 교통흐름 전체에 대한 인지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기준으로 도로 상 모든 객체의 위치를 인식해야하기 때문에 GPS가 주요 센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현재 도로교통체계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도입으로 패러다임 변화의 물결 한 가운데 서 있다. C-ITS는 과거 단방향으로 분기점을 통과하는 차량 수를 집계해 교통정보를 제공하던 지능형교통시스템(ITS)에서 한 단계 진보한 개념으로서, 차량과 차량, 차량과 교통인프라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V2X)되어 정보를 공유, 교통체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C-ITS와 관련하여 많은 표준들이 논의, 개발되고 있으며, 대다수 표준에 GPS와 같은 위성항법시스템의 사용이 필수 기능으로 포함되고 있다. 위성항법시스템의 활용이 개별 서비스에서 시스템 차원으로까지 확대되고, 미래 교통체계에서 위성항법시스템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조건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수준의 GPS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레벨 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차 및 C-ITS 서비스를 위해서는 주행차로(1m 내외) 구분을 넘어서 10cm 수준(美 Federal Radionavigation Plan)의 정확도와 함께 GPS 정보의 신뢰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추가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이미 미국의 GPS와 별도로 자국의 위성항법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중국·일본 등은 센티미터급 정확도의 서비스를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위성항법시스템인 GPS의 민간 개방 이래, 우리는 현재까지 GPS를 무료로 사용해 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당연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탈세계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가 간 이해관계 대립 시 GPS 서비스 중단, 과금 부가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센티미터급 서비스는 일반 업체에서도 상용 서비스 개발에 투자할 만큼 부가가치가 높아 과금 부가의 가능성이 크다. 고정확, 고신뢰 GPS는 미래 교통체계의 핵심인 만큼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국가차원의 대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와 우려 속에 최근 정부는 독자 위성항법시스템의 확보뿐만 아니라, 고정확 위성항법서비스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을 위한 기획연구를 추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한 상태다. 본 사업을 통해 한반도와 인근지역에 기존 GPS 수준의 서비스와 센티미터급 서비스를 포함한 총 6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독자 위성항법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KPS 개발은 2035년을 목표로 하고 있어, 2027년 이후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기에 상당히 뒤처진 계획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자율주행차의 발전 및 확산과 교통체계의 발전 추세를 고려하면 지금이 바로 KPS 개발을 준비할 최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