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수보회서 '평화' 강조 北 6·15 공동선언 언급조차 없어 노동신문서 군사도발 기정사실화 警, 대북전단 살포 사법조치 경고
회의 주재하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군사도발'로 위협을 했지만, '6·15 선언' 20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는 '평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같은 날 경찰은 대북 '삐라'를 뿌리는 우리 시민단체에 대해 사법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주관하는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식은 반쪽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이 민족화해·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방역협력을 언급한 이후 좀처럼 남북관계를 언급하지 않던 문 대통령이 6·15 20주년을 맞아 긴 시간을 할애해 남북관계의 기존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한 것이다. 청와대는 그간 북한의 비난에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난 14일에도 "새벽에 NSC회의를 열고 현 한반도 상황을 점검했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대중 정부의 분단 이후 첫 정상회담과 6·15 남북공동선언, 노무현 정부의 10·4 공동선언으로 이어졌고, 우리 정부의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발전해 왔다"며 "이러한 합의들은 남북관계 발전의 소중한 결실이자 정권과 지도자가 바뀌어도 존중되고 지켜져야 하는 남북 공동의 자산"이라고 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역시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식에서 '평화의 시'를 읊었다. 김 장관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 참석해 "평화는 상호 존중과 인정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며 "대화와 협력은 남과 북 쌍방에 도움이 되고 한반도에 사는 모든 사람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6·15남북공동선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6·15 공동선언에 대해 "조국통일 운동사에 특기할 민족사적 사변"이라고 한 것과 거리가 있다. 오히려 이날은 '끝장을 볼 때까지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할 것'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거세찬 분노를 반영해 세운 보복 계획들은 우리의 국론으로 확고히 굳어졌다"고 했다. 군사 도발을 기정사실화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정부가 주관하는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식은 반쪽이 됐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6·15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남북 공동행사를 준비하기로 했으나, 남북관계의 악화에 따라 예전처럼 단독행사로 진행하기로 했다. '평화가 온다'는 슬로건을 걸고 크게 치르려던 행사 일정 또한 대폭 축소되면서 통일부 기자단의 현장 취재까지 취소됐다. 당초 통일부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참석하는 기념만찬과 함께 6·15 공동선언문을 낭독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육성과 이산가족 상봉 관련 영상 시청, 가수 공연 관람 등의 기념식을 할 예정이었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15일 일부 탈북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 등과 관련해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풍향 등을 분석해 주요 지점에 (경찰을) 배치하는 등 24시간 방지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있는 본청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풍선 등을 통해 북한을 자극하는 물건을 보내고 그로 인해 북한이 위협해 국민이 불안해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북 전단 24시간 방지 체제를 가동 중인 지방청은 인천청, 경기북부청, 경기남부청, 강원청, 충남청 등이다.
전문가들은 남북한이 합의한 9.19 군사합의를 보더라도 평화를 저해할 수 있는 북한의 도 넘은 비난에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안보전문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9·19 군사합의를 보더라도 남북한은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적인 행위를 중단하기로 돼 있다"면서 "그런데도 북한의 9·19 합의 위반 가능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는 반면, 오히려 대북전단살포 등을 근거로 양비론을 펴려는 모습이 보여 우려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