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성 서울대 교수 포럼서 지적 日규제·中굴기 등 외부위협 직면 비메모리 시장공략 부정적 입장
5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지식재산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소재혁신 역량강화 전략 포럼'에서 박원주(가운데) 특허청장과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특허청 제공
"미국과 중국은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합쳐 반도체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강력히 지원하고 있다.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는 민관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대학에서 조차 우수한 반도체 인력을 키울 수 있는 생태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
15일 특허청과 박범계 국회의원이 정부대전청사에서 공동 개최한 '지식재산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소재혁신 역량강화 전략 포럼'에서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위기와 취약한 생태계에 대해 이 같이 지적했다.
황 교수는 "우리 주력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일본 수출규제와 중국의 반도체 굴기, 인텔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진출, 메모리 가격하락 등 여러 외부 위협에 직면해 있다"면서 "세계 1위인 메모리반도체의 기술격차도 중국과 점점 줄어들고 있고, 미국 인텔의 메모리시장 진출 가속화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과연 우리나라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처럼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력과 여건, 시장규모 등을 갖췄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CPU의 경우 영원한 강자인 인텔이 있고, 파운드리 업계에선 대만의 TSMC가 1년에 8000개의 고객을 대상으로 1만5000개의 칩을 주문 제작하는 등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우리가 경쟁할 수 없는 상대"라며 "팹리스 역시 국내 시장이 협소하고, 사실상 중국에도 기술력에서 밀리고 있어 비메모리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황 교수는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과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2017년 미국의 중장기 반도체 전략 보고서는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 등 산업계 인사가 참여해 대통령에 전달됐고,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화웨이를 압박하는 것도 이 보고서에 있는 내용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 역시 대학과 정부, 산업계가 힘을 모아 반도체 전략방안을 논의하고, 정부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민관 협력을 통한 반도체 산업육성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황 교수는 이어 "결국 대학에서 우수한 인재 양성을 통해 반도체 경쟁국과 초격차를 유지하고, 신격차를 창출하는 것이 한국이 살 길"이라고 덧붙였다.패널 토론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 이후 고순도 불화수소 대량생산에 성공한 도승철 솔브레인 이사는 "지난해 7월 일본 수출규제로 큰 위기에 직면했지만, 지난 1월 정부지원과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순도(12N) 액체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 고객사에 차질없이 공급할 수 있었다"면서 "소재·부품 기업들이 어렵게 국산화에 성공한 기술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판로지원과 함께 지속적인 R&D와 설비투자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반도체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김재현 동진쎄미켐 부사장은 "포토레지스트 국산화는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하다"며 "첨단 포토레지스트 개발과 안정된 생산을 위한 평가 인프라, 미세분석 기술, 청정 제조기술 등의 개발과 이를 수행하는 인력양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박범계 의원은 "국내 산업 경쟁력의 기반이자 모든 산업의 기초인 소재분야 혁신을 주도해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며 "대전·충청권에 소재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 간 유기적 협력과 청주에 건립될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대전에 설치될 '소재혁신플랫폼 센터'를 삼각축으로 소재혁신을 가속화해 일본 수출규제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