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배슬론 2020' 국가대표에 선발된 김병욱(오른쪽)과 이주현 선수가 '워크온 슈트4'를 착용하고 훈련을 하고 있다. KA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웨어러블(착용형) 로봇'의 새로운 버전을 개발했다. 기존 버전에 비해 무게감이 적고, 착용감이 좋아져 험지를 걷거나 계단을 보다 쉽게 오를 수 있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웨어러블 로봇으로 평가받고 있다.
KAIST는 공경철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나동욱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연구팀과 공동 개발한 '워크온 슈트4'를 15일 공개했다.
워크온 슈트4는 두 다리를 감싸는 외골격형 로봇으로, 모터를 이용한 힘으로 하반신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의 움직임을 보조할 수 있다. 특히 일어나 걷는 등 기본적 동작뿐 아니라, 계단과 오르막·내리막, 옆경사, 문 열기, 험지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전까지 개발된 웨어러블 로봇은 로봇 자체 무게감 때문에 장시간 사용하기 어려웠다. 하반신 기능을 잃어 근육 등 신체 기능이 퇴화한 장애인들이 로봇을 착용하고 움직이려면 수십 ㎏에 이르는 무게를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슈트 입고도 비장애인과 맞먹는 보행 속도=연구팀은 사람의 몸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뤄 무게를 분산하는 것을 모사해 로봇이 무게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설계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사용자 신체 각 부위에 정밀하게 밀착되는 착용부를 만든 후, 로봇 관절의 기준 위치를 조절해 무게중심을 정밀하게 맞춘 것이다.
또 착용자의 긴장 정도나 지면 상태 등 외부 요인을 지능적으로 관측·제어하는 기술도 적용했다.워크온 슈트4는 착용자의 걸음을 30보 이내로 분석해 가장 적합한 보행 패턴을 찾아 맞춤형으로 제공, 장시간 걷거나 설 수 있도록 구현했다. 연속 보행할 때는 1분당 40m 이상을 걸을 수 있다. 이 같은 보행속도는 시간당 2∼4㎞ 가량을 걷는 비장애인의 정상 보행 속도와 맞먹는 수준으로, 전 세계에 보고된 보행 기록 중 가장 빠른 속도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일부 부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부품을 국산 기술로 완성했고, 로봇 구조설계와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공경철·나경욱 교수가 공동 창업한 엔젤로보틱스가 주도했다. 개인 맞춤형 탄소섬유 착용부는 재활공학연구소가, 로봇의 동작 생성과 디자인은 영남대와 에스톡스가 각각 담당했다.
◇국제대회 출전할 2명 선수 확정=워크온 슈트4를 입고 대회에 출전할 한국 국가대표 선수도 이날 공개됐다. 이들은 당초 5월 스위스에서 개최될 '사이배슬론 2020'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대회가 잠정 연기된 상황이다. 이들은 앞서 지난 2월 KAIST에서 열린 선발전에 출전한 4명의 선수 중에 뽑혔다. 선발전에서 선수들은 워크온 슈트4를 입고 앉고 서서 물컵 정리하기, 지그재그 장애물 통과, 험지 보행, 옆경사 보행 등의 미션을 수행한 결과, 최종적으로 김병욱(남·46세), 이주현(여·19세) 등 2명이 선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