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돈 3000兆 '자산버블' 경고등 [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한국 경제가 악재 쓰나미에 직면했다. 북한의 남북 연락 채널 차단과 관련해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요소가 고조되며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그라들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계부채와 고용 소비부진, 부동산 시장 침체 가능성 등 국내 불확실성이 산재한데 통상 리스크(위험)까지 최고조에 이른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급락 후 가파르게 반등했던 주가가 재차 출렁이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영한다. 비관적 경기 전망이 시장의 공포를 자극하며 원달러 환율은 다시 1200원대로 올라섰다. 자칫 정부가 그동안 현금살포 정책에 집중해 부양한 주가 거품이 그대로 꺼질 수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융시장의 불안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우려 속에 한반도를 둘러싼 높아진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코로나 2차파동 공포·돌발 대북 리스크에 멀어진 코스피 2200선= 2200선을 향하던 코스피지수는 북한 리스크가 부각되자 급격한 후퇴를 거듭하며 하락 마감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04% 하락한 2132.30으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88.54포인트(4.07%)나 내린 2,088.24로 출발하면서 개장과 동시에 2,100선을 내주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낙폭을 회복했다.
코로나19의 2차 파동에 대한 공포감에 더해져 북한과의 긴장감이 고조된 탓이다. 북한이 남측을 향한 군사적 행동을 공식화하면서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다음번 (남측을 향한)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코스피 2200선 안착 가능성도 멀어져가는 분위기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강도는 약해졌으나 아직 신흥국 패시브펀드로의 자금유입 조짐이 뚜렷하지 않다"며 "코스피 2200선 안착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거품 경고등 켜진 3000兆 유동성= 문제는 코스피 반등을 주도한 막대한 규모의 개미발(發) 유동성이다. 코스피가 2200선을 육박하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갔지만 최근 자산가격 거품이 끼고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어서다.
코로나19 공포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최근 증시와 부동산의 깜짝 회복세를 이끈 최대 요인으로 시중에 풀린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이 첫 손에 꼽힌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01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중 통화와 유동성 지표 중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M2가 30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1~3차에 걸쳐 60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했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연 0.5%까지 낮추면서 막대한 돈을 시중에 풀었고 불어난 유동성은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었다.
실제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코스피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9조4239억원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2011년(6조8631억원)을 2조원 이상 웃돌았다.
실물경기가 유동성 잔치가 벌어지는 자산시장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자산거품을 걱정하는 요인이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SI)는 77.6으로 반등세를 보였지만,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돌았다. 기업심리를 보여주는 지난달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49를 기록해 2009년 2월(4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풀린 돈이 실물경제로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자산 가격만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를 낮추고 재정도 풀지만 그 돈이 가장 어려운 기업, 가장 어려운 가계로 가진 않는다"며 "없는 사람들에게 유동성이 적셔지지 않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잉여가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완화적 통화정책의 목적은 기업 투자 진작, 적극적 소비 이행, 고용 증가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불안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물경제는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자본시장과의 괴리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가 제시한 하반기 코스피 지수 밴드는 대략 1700부터 2350선까지다. 예상밴드의 최고치와 최저치 간 차이가 650포인트나 된다. 단, 북한 리스크를 둘러싼 국내 금융시장 안정 여부와 코로나19 영향 둔화 없이는 고점을 지지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다시 1200원대 원달러 환율…요동치는 금융시장=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4거래일 만에 다시 1200원대에서 마감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7.4원 오른 달러당 1203.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까지 이틀째 오르며 이달 8일(1204.8원) 이후 나흘 만에 1200원대로 올라섰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비롯한 남북 간 모든 연락 채널을 완전 차단하겠다고 통보한 지난 9일 이후 불안한 흐름을 보인데다 코로나19의 2차 유행에 대한 공포감이 신흥국 통화 같은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급속히 위축시켰다는 평가다.
◇"하반기 환율 1170~1270원"…"달러 강세 지속"= 출렁이는 환율이 남은 하반기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율은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의 관건일 뿐 아니라, 달러 환산 GNI(국민총소득)·GDP(국내총생산) 등 경제지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대체로 달러 약세,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이들이 제시한 예상 범위는 1170∼1270원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명목 GDP 성장률을 -1%로 추정하면서, 여기에 원화까지 연간 5% 정도 절하되면 1인당 GNI가 3년 만에 3만달러를 밑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간 원화 가치가 5% 깎이려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계속 1250원선 이상을 유지해야한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의 환율 전망만을 바탕으로 추산하자면, 올해 우리나라 1인당 GNI가 3만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셈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하반기 환율 범위를 1175∼1250원으로 제시했다.
문 연구원은 "2차 대유행은 전제하고 있지 않지만, 당분간 코로나19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따라서 백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 환율이 예상 범위의 하단을 깨고 내려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은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확실하게 경기 회복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 추세상으로 위쪽으로 갈 것으로 본다"며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1190원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지만, 또 코로나19 불확실성이 부각되면 위로 1240원 정도까지는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 역시 "하반기 환율이 1200원 위에서 머물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할 것"이라며 "코로나 이전엔 1200원대가 엄청난 원화 약세 상태로 여겨졌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1200원이 환시의 뉴노멀(새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하반기 환율이 1180∼1240원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다. 신한은행의 경우 하반기 원달러 환율 상·하단을 각 1240원과 1170원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