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터질만큼 치열"…전세대 아우를 전략짜기 사활 신한은행 올해부터 유튜브 제작 독립예산 배정 농협은행 구독자 40만명 돌파·KB국민은행 조회수 1억건 육박 #주부 안소영(40)씨의 6살 자녀는 요즘 '7살 유튜버 은성이'를 통해 '계좌번호'를 배웠다. 평소 아이의 금융교육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해주고 싶었던 안씨가 찾은 건 신한은행 유튜브다. 현직 은행원과 아이가 함께 등장해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금융이야기, 그리고 이어지는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5분여짜리 동영상은 주로 '송금', '적금', '연금', '이자' 등을 주제로 삼았는데 한 건당 조회수가 3만회, 많게는 9만건에 육박한다.
#2년차 은행 직원 '마니'와 '버니'가 달고나 커피 만들기 대결을 벌인다. 돈 세던 근육으로 만든 달고나 커피 맛은 다를까. 달고나는 동시에 완성했지만 맛은 마니가 만든 게 더 좋았다. 하지만 우승은 버니. 버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마니가 바꿔치기한 것이 제작진의 폭로로 드러나면서다. 거품기를 먼저 손에 쥐지 못해 우승을 놓쳤다는 마니가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마치 TV 예능 프로그램의 한 코너 같은 이 영상은 한달새 1만7000여건이 넘는 조회수를 올렸다. KB국민은행 유튜브 '마니버니' 속 '마니버니 시즌2 에피소드2'라는 제목의 6분4초짜리 동영상에서다.
은행의 유튜브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은행과 유튜브를 합쳐 '은(銀)튜브'라 불릴 만큼 유튜브에 푹 빠진 은행이다.
◇보수적인 은행의 유튜브 열풍= 2011년 은행 유튜브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역할은 은행의 이미지 광고나 상품 광고를 업로드하는 채널로 한정돼 있었다. 올 들어 감지되는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젊은 세대뿐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유튜브의 고속 성장이 감지되자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은행이 유튜브 콘텐츠 제작을 위한 독립부서를 본격적으로 꾸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지상파 방송국 출신 PD 영입에 적극 나서는 것도 차별화한 콘텐츠 제작을 위한 도전으로 해석된다. 미디어 콘텐츠 주 소비층인 이른바 'MZ(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단어)세대'를 공략하고 소통하는 일이 은행의 주요 과제로 꼽히면서다.
일부 은행의 경우 최근 은행명을 뗀 서브채널을 만들었다. KB국민은행은 공식채널 'KB국민은행'과 별도로 서브채널 '마니버니'를 운영하고 있다. 각각 구독자수 15만, 11만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부터 유튜브 제작을 위한 독립 예산을 배정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유튜브 시작은 2012년에 했지만 지난 4월 '펀한뱅크' 개편과 함께 기존에 없던 유튜브 콘텐츠만을 위한 예산을 추가 책정했다"며 "유튜브 전담인원도 배정해 기존 SNS 랩 직원들과 시너지를 통해 채널 성장이 더 가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유튜브 채널에 대한 전사적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NH튜버'에 적극적인 임직원에 표창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고객 이벤트와 홍보를 통해 실생활에 유용한 금융정보 시리즈를 제작하고 트렌디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재미와 유용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인 캠페인 전개로 브랜드 정체성과 호감도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MZ세대 잡아라" 불붙은 구독자 확보 경쟁= 구독자수와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저마다의 경쟁이 치열하다. 9일 기준 은행권(공식 유튜브 기준)에서는 NH농협은행이 40만9000명으로 1위를 기록 중이다. KB국민은행이 15만4000명으로 2위다.
각각 27만명, 5만명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큰 폭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 6월 1만명이 채 안됐던 신한은행 유튜브 구독자는 현재 4만600명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 유튜브 구독자도 7000명에서 현재 2만8100명까지 네 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KEB하나은행(2만6200명)과 기업은행(1만400명)도 1년새 구독자를 7000명씩 확대했다.
조회수 면에서는 KB국민은행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날 기준 9494만9253건을 기록, 1억건에 육박했다. 신한은행(6582만3659건)이 뒤를 잇는다. KEB하나은행(4007만6824건), 우리은행(3782만5049건), 농협은행(3257만5823건) 등도 조회수가 높은 편이다.
불붙은 구독자수 확장 경쟁만큼이나 각 사가 내놓은 차별화 전략도 관심거리다.
신한은행은 '펀(Fun)한뱅크 친(親)한은행'을 표방하며 구독자들의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의 가게를 직접 찾아 숨은 맛집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했다. 내달부터는 신한은행 여자 프로농구단 에스버드와 개그맨 이상준 등이 함께하는 금융권 최초 예능형 농구버라이어티 '설렘덩크'를 주 1회씩 방영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콘텐츠 내용뿐 아니라 썸네일 디자인부터 콘텐츠 제목을 짤 때 머리가 터질만큼 치열한 회의를 거친다"며 "재밌고 유용한 고퀄리티 콘텐츠를 열심히 제공하는 것이 구독자확보 전략"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공식채널이 광고와 뉴스, 캠페인 중심이라면, 서브채널은 금융업의 전문성과 더불어 감동과 유머, 공감을 나눌 소통창구"라며 "운영채널 변화를 통해 KB 팬덤형성에 주력하며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