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9일 법원이 기각했다. 2018년 2월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2년 4개월 만에 구속될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와 함께 청구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이날 오전 2시께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법원의 기각 결정에 대해 이 부회장 등의 변호인 측은 "법원의 기각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며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다만,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 대기하던 이 부회장은 곧바로 귀가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이 부회장 등 3명에게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부정거래,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총수 부재' 리스크에서 벗어난 삼성그룹은 최근 여러 차례 밝힌 대로 미래 사업을 챙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고, 스마트폰은 코로나19 충격을 받은 상황이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이 코로나19 위기 돌파구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은 조용하다.
삼성 계열사들은 기존대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자율·책임 경영을 하고, 이 부회장은 '반도체 2030'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와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2030' 비전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2030년까지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2018년 2월 석방 6개월 뒤에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 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 4대 성장사업에 18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전례에 비춰 또 한 번 대규모 투자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더불어 삼성은 또한 국민적·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더욱 공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에서 경영권 승계 논란, 노사 문제 등을 사과하고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의 고공 농성 해제 합의가 이 부회장이 밝힌 구상의 첫 성과로 평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