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정부가 국가채무, 재정수지 등 재정 총량에 일정한 목표 수치를 부여해 준수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미 안팎에선 올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세 차례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으로 나라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는 것을 우려해 안팎에선 재정준칙 도입을 제언했다. 앞선 국회에서 폐기됐던 법안 논의도 다시 발의되며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다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특성상 주요국이 도입한 것과 다른 유연한 방식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재정준칙 도입…"유연한 준칙 필요" =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8월 말까지 2065년까지의 장기재정전망 결과를 바탕으로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돈을 끌어다 쓰면서 나라 살림살이는 팍팍해진 상태다.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이 국회 문턱까지 넘을 경우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원까지 불어난다. 올해 국가채무 증가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인 100조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43.5%)과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5.8%) 역시 역대 최고다.
감사원은 최근 '중장기 국가재정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며 정부를 향해 국가 재정의 중장기적인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하라고 제언했다. 정부 관계자는 "재정준칙 도입과 관련해 여러 대안과 외국 사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IMF(국제통화기금) 자료를 인용해 낸 감사보고서를 보면 재정준칙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삼고 있는 것은 채무비율, 재정수지 등의 순이다. 두 기준 모두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취약한 점도 있다. 채무비율은 경기 안정화 기능이 미약하고 최적의 부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가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재정수지는 수지 목표 달성을 위해 회계상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정부는 2065년까지의 장기재정전망 결과를 토대로 2020∼2024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연계해 우리 재정·경제 여건에 맞는 재정준칙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지나 채무 등에 한정된 '수량적 재정준칙'보다는 수입이나 지출 등에서 다양한 준칙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식도 법제화 외에 주무 부처의 관리 수준으로 다루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감사원도 감사보고서에서 "최근의 세계적 경제위기와 같은 상황에서 재정준칙의 경직적인 운영은 오히려 경제 위기를 증폭시키거나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앞서 국회예산정책처가 연구용역을 진행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운영 현황과 제도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지출 중 지출관리가 필요한 재량지출부터 고정 방식과 함께 재정준칙으로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국회서도 재정준칙 논의…국채비율 '45%' 법안 발의 = 21대 국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가채무비율을 45% 이하,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3%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전쟁·재난·대량실업 등 사유로 국가채무비율이 45%를 초과할 경우 세계잉여금을 국가채무상환에 우선 지출하고 모두 상환하지 못할 경우 5년간 국가채무를 감축하기 위한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같은 당 류성걸 의원도 국가채무비율이 45%를 초과할 경우 세계잉여금을 국가채무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모두 사용하도록 하고, 전쟁·대규모 재난·대내외 재정여건의 중대 변화가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2%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내용의 재정건전화법안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6년 GDP 대비 국가채무를 45% 이내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3% 이내에서 관리하는 방안을 법제화하는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으나 이후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 법안이 폐기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유럽연합(EU)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재정준칙 운용현황을 참고하고 우리나라의 고령화와 복지지출 증가세, 통일 및 대외경제여건 등의 특수성을 고려해 채무준칙과 수지준칙 기준을 마련했다. EU의 경우 국가채무는 GDP 대비 60% 이내에서, 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3%를 한도로 설정했다.
한편 IMF가 1985년부터 2015년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재정준칙을 도입한 국가는 영국,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 29개국을 비롯해 33개의 개발도상국과 23개의 저소득 국가까지 총 85개국이다.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