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탓에 포기했던 신기술 실증, 연구개발특구서 꽃 피게 한다

특별법 개정안 내년 본격 시행
일정절차 거치면 재정·행정 지원
규제특례 2년, 한차례 연기 가능
"혁신적인 기술·서비스 창출 기대"


#. 한국해양대학교는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전기추진선박시스템을 개발하고, 사업화를 위한 실증에 나섰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 저장, 수송, 이용 등을 금지하는 관련 법령에 따라 실증에 착수하지 못했다. 고압가스관리법, 건축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여러 규제에 막혀 사실상 실증을 포기해야 했다.

#.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선 멸균기술을 이용해 빠르고 효능이 우수한 백신개발과 생산기술의 실용화 단계에서 연구를 멈춰야 했다. 방사선 기술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최종 임상시험에 착수조차 할 수 없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앞으로는 촘촘한 규제장벽에 막히거나, 기술 사업화를 뒷받침해 주는 관련 규제가 없어, 기술력이 있어도 신기술 실증을 포기해야 하는 일은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연구개발특구 내 연구기관이 이전에 없거나 기존 기술을 혁신적으로 개선·개량한 신기술 제품과 서비스 발굴을 위해 규제특례를 허용하는 '연구개발특구 신기술 실증 테스트베드'가 전면 시행된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개발특구 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20대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1월에 본격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은 연구개발특구 안에서 신기술 실증을 위한 규제를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대표 발의했다. 신기술 실증 테스트베드 시행에 따라, 특구 지역내 산학연 혁신주체들이 새롭게 개발한 기술, 제품, 서비스를 기존 규제에 구애받지 않고 일정 절차를 거치면 실증할 수 있도록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받게 된다. 단지, 다른 규제샌드박스법과 달리 규제특례를 적용받는 공간적 범위는 '연구개발특구'에 한정된다.

연구개발특구는 산학연 R&D(연구개발) 협력을 통해 신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지정한 대덕, 광주, 대구, 부산, 전북 등 5개 특구와 김해, 안산, 진주, 창원, 청주, 포항 등 6개 강소특구를 포함한다.

규제특례 대상은 연구개발특구 내 R&D 실증 수행에 있어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연구기관으로, R&D 단계에서 필요한 신기술 실증을 위한 모든 분야에 대해 제한적 실험이나 기술적 검증 등의 규제특례를 적용받는다.

신기술 실증 테스트 베드는 융복합을 통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특구 내 다양한 신기술과 서비스 창출을 활성화하려면 과감하고 획기적인 규제특례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연구개발특구법 개정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특구법 개정안은 다양한 혁신주체들이 창의적·혁신적 아이디어로 구현한 신기술과 서비스가 특구 안에서 실증에 필요한 규제특례를 부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마련됐다. 이에 따라 특구 내에서 신기술의 신속하고 성공적인 상용화 지원을 위해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적기에 누구든지 실증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다만, 국민 생명과 안전에 위해가 되거나, 환경을 저해하는 경우에는 실증을 할 수 없게 예외를 뒀다.

규제특례 기간은 2년으로 한 차례에 한해 2년 연장이 가능하다. 실증에 대한 규제특례 접수건은 전문위원회와 소관부처 검토와 특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관련 법·제도 정비 등을 통해 시행된다. 특구재단은 행정적 지원과 실증공간 확보, 사업 지원 등을 위해 '신기술 실증 전담조직' 설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구법 개정안은 다른 규제특구법과 달리 규제특례 범위나 적용대상 기술 및 기관, 신청 주체 등에 있어 차별화돼 있어, 특구 내 R&D 지원 기능이 한층 더해져 연구의 기술 성숙도를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성광 특구재단 이사장은 "연구기관과 기업이 특구 안에서 규제에 구애받지 않고 본연의 임무인 연구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 특구 내에서 혁신적인 신기술과 서비스가 더 많이 나와 미래 신산업 창출로 이어져 세계를 선도하는 혁신 클러스터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