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대응 방침서 입장 번복 재선 고려 흑인 표심 의식한 듯 뉴욕 소극적 대응에 불만 토로 직접 개입 가능성 시사하기도
포틀랜드 反인종차별 시위 '흑인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의 반 인종차별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3일(현지시간) 오리곤 주 포틀랜드 시민들이 모리슨 브리지를 건너며 경찰을 규탄하고 있다. 포틀랜드=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확산하는 '흑인 사망' 시위 사태의 진압을 위해 군 병력을 투입하는 문제와 관련,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흑인 사망'으로 촉발된 전국적 항의 시위가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성향 매체인 인터넷매체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어느 도시에나 군을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것은 상황에 달려있다.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30만명이 넘는 매우 강력한 주 방위군이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 도시들에서 안전이 필요하다"며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 및 워싱턴DC에 주 방위군을 투입해 시위를 진압한 것을 거론, "그들은 상황을 매우 쉽사리 처리했다. 칼로 버터를 자르는 것처럼 매우 쉬웠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인터뷰가 정확히 몇시에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인터뷰에서 "흑인들은 모든 면에서 과거보다 좋은 상태이며 꽤 조만간 그들은 다시 그렇게 될 것"이라면서"(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조지) 부시 대통령도, 그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가 그 상황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11월 대통령 재선을 앞두고 흑인 표심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집회 참석자들을 겨냥,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그러나 약간 이르다"며 "시위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주장하는 이들이다. 정말로 흥미롭다. 그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주장하면서 수천명이 모인 가운데로 뛰어들어 소리 지르고 고함을 친다. 이는 좋은 일이 아니다"고 비꼬았다.
반면, 민주당 소속의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을 향해서는 "뉴욕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재앙"이라며 "그들이 조만간 바로 잡지 않는다면 내가 해결할 것"이라며 직접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주 정부가 너무 약하게 대응한다는 불만을 표시하면서 주지사가 주 방위군을 동원하지 않으면 대통령 권한을 활용해 자신이 직접 군대를 배치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앞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이라면서 지금은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설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스맨'으로 통하는 에스퍼 장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자청, 시위 진압에서 군 동원은 마지막 수단으로,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 나는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끔찍한 범죄"였다며 "당일 사건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은 살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에스퍼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찰을 피하는 '충성파' 라인으로 분류돼 온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발언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 이벤트'에서 거리를 두는 발언도 했다. 교회 방문에 동행하게 될 것은 알았지만 사진촬영이 이뤄지는지는 몰랐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평화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백악관 앞 교회를 방문, 에스퍼 장관 등 핵심 참모들과 카메라 앞에 섰다가 비난을 샀다.
에스퍼 장관은 시위 확산을 초래한 흑인 사망 사건에 대해 "끔찍한 범죄다. 인종주의는 미국에 실재하고 우리는 이를 인정하고 대응하고 뿌리뽑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결이 다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고위 보좌관들은 에스퍼 장관이 트럼프가 내놓은 현역 군 투입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고 분개했으며 국방장관의 발언은 도를 넘은 것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방부 수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현역 군 사용 여부를 놓고 결별했다"며 에스퍼 장관이 이번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빚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