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사망 시위' 전세계 확산 인종차별 등 억눌린 불만 터져 일부 국가, 사태 비중있게 다뤄 美, 유혈 폭력 시위 거세지자 LA 1000만명 대상 야간 통행금지
플로이드에게 정의를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제이든 산초가 31일(현지시간) 파더보른의 벤틀러 아레나에서 열린 파더보른과의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결승골을 기념하며 미국 백인 경찰에 의해 숨진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라고 쓰인 문구를 보여주고 있다. 파더보른=AP 연합뉴스
미국에서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관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숨진 사건으로 시작된 시위가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 사회내 여전한 인종차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피해가 흑인에게 집중되면서 이에 동조하는 시위가 봇물터지듯 이어지는 양상이다.
AP통신에 따르면 31일(현지시간) 영국 중심가에 수천 명이 결집해 미국 시위대에 지지를 보냈다.
트래펄가 광장에 모인 이들은 미국 대사관까지 행진하며 "정의 없이 평화 없다"는 구호를 외쳤고,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느냐?'는 현수막을 흔들기도 했다.
시위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단체 모임을 금지한 정부의 규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통신은 경찰도 이들의 시위를 막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독일에서도 미국 대사관 주변에 수백명이 모여 '플로이드에게 정의를', '우리를 죽이지 말라', '다음은 누구인가', '경찰이 살해하면 누구에게 전화해야 하나?' 등의 항의 포스터를 높이 들었다.
독일 도르트문트의 제이든 산초는 첫 골을 성공한 후 유니폼 상의를 걷어 '조지 플로이드에게 정의를'이라고 손으로 적은 문구를 내보였다. 이 행위로 산초가 경고를 받았지만 같은 팀의 아치라프 하키미도 골을 기록한 후 유니폼을 걷어 똑같은 메시지를 드러냈다.
독일 일간 빌트는 일요판 헤드라인에 '살인 경찰이 미국에 불을 붙였다'는 제목과 함께 해고된 가해 경찰이 플로이드의 목을 짓누르던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덴마크에서도 미국 대사관 주변에 시위대가 모여들어 '흑인 살해를 멈춰라'와 같은 문구를 적은 포스터를 들고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과거 흑인이 경찰에 살해당했을 때는 비폭력 저항을 강조했지만 현재는 양상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부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과거 자국에 대한 미국의 비판을 겨냥해 국영 매체를 중심으로 미국에서의 혼란과 폭력 사태를 비중 있게 다뤘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트위터에서 "미국이 홍콩 시위대를 미화한 것처럼 중국도 이번 시위를 지지해야 하는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묻고 싶다"고 썼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소요 사태에 대해 플로이드가 사망 전 내뱉었던 "숨을 쉴 수 없다"는 문구를 트위터에 적어 에둘러 경찰의 과잉 단속을 비판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성명에서 "이번 사건은 미국의 공권력이 저지른 불법적이고 정당화할 수 없는 폭력으로 종종 벌어지고 있다"며 "미국 경찰은 중대 범죄를 자주 자행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이번 사건이 전국적 시위 사태로 커지게 된 것에는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화 속에 흑인에 대한 차별적 대우로 한 생명이 결국 사망하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가 일차적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위축이 지속하면서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평가받는 흑인층의 분노가 누적되면서 거센 시위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5일 편의점에서 위조지폐 사용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인근에 있던 흑인 조지 플로이드(46)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경찰관이 무릎으로 플로이드의 목을 8분 넘게 짓누르면서 숨 쉴 수 없다고 고통을 호소하던 플로이드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당시 상황을 찍은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되면서 사람들이 분노했고 사건이 벌어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작된 시위는 들불처럼 빠르게 각지로 번졌다.
한편 이 사건으로 유혈 폭력 시위가 거세지자 미국 워싱턴 DC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전역으로 야간 통행금지가 확대됐다.
제니스 한 LA 카운티 수퍼바이저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 거주하는 1000만명이 통행금지령의 대상이 될 전망이라고 미국 CNN방송이 추산했다.
앞서 통행금지령은 베벌리 힐스, 산타모니카, 웨스트 할리우드 등 LA 인근 지역에만 발령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