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진(왼쪽)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연구원과 채인아 생활가전사업부 상품기획팀 프로. <박동욱 기자>
성덕진(왼쪽)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연구원과 채인아 생활가전사업부 상품기획팀 프로. <박동욱 기자>
[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밀레니얼 세대에게 요리는 노동이 아닌 '놀이'가 됐어요. 이제는 주방기기도 감성을 자극해야만 소비자 마음을 잡을 수 있죠."

삼성 인덕션 '더 플레이트' 기획을 담당한 채인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품기획팀 프로는 지난 27일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 본점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녀는 더 플레이트 기획 단계에서부터 밀레니얼 세대들의 '쇼 업(Show up)' 욕구에 가장 주목했다. 과거 어머니 세대처럼 요리가 주방에서 감내해야 할 노동이 아니라, 과정을 즐기고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놀이행위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채 프로는 "예쁘지 않으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SNS에 자랑할 수 있을 만큼 예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삼성 인덕션 '더 플레이트' 2구 제품. <삼성전자 제공>
삼성 인덕션 '더 플레이트' 2구 제품. <삼성전자 제공>
그녀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슬림하고 수려한 디자인이 특징인 더 플레이트는 인테리어용으로도 손색없어 유명 맘카페와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화이트 색상 모델은 시장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채 프로는 "최근 인테리어 트렌드는 화이트지만 , 정작 화이트가 메인인 조리기기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며 "우리는 과감하게 화이트를 메인으로 정했고, 상부에 위치한 터치 버튼 대신 다이얼을 전면에 배치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성덕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연구원. <박동욱 기자>
성덕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연구원. <박동욱 기자>
이 같은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부분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날 채 프로와 함께 만난 성덕진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연구원은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고 전했다. 성 연구원은 "더 플레이트가 상품으로 출시되기까지 1년이 걸렸고 유동 해석을 무려 7차나 진행했다"며 "특히 소음을 잡는 부분에서 많은 신경을 쏟았다"고 말했다.

인덕션이 얇아지고 작아질수록 내부 열을 식히는 쿨링 성능이 중요해진다. 쿨링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팬으로 강한 바람을 일으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음도 덩달아 커져 이를 해결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설명이다. 칠전팔기 끝에 출시된 더 플레이트의 소음은 43dB(데시벨)에 불과하다.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소리보다도 소음이 적어,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눌 때 방해를 받을 일이 없다.

순백의 화이트 색상을 메인 모델로 내세우는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다. 한국인의 식사에서 빠지지 않는 김치는 산도와 염도가 높아 제품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칫국물이 튄 제품을 오랜 기간 방치해도 변색이 전혀 없는 현재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성 연구원의 장인 정신이 한몫했다. 그는 "김치로 인한 변색을 연구하기 위해 김치찌개를 끓인 시간이 총 522시간"이라며 "품질보증 기간 10년 동안 김치찌개 1040번 끓여 먹는다는 가정하에 매일 하루에 30분씩 김치찌개를 끓이고 쉬고를 반복했는데, 그 탓에 이제는 김치라면 아주 넌덜머리가 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들은 한숨 돌릴 틈 없이 다음 모델을 연구하기 위해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 다가오는 미래 시대의 인덕션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이들은 기자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인터렉션(interaction)'에서 찾았다. 가전을 사용함으로써 얻은 즐거운 경험이 연결되고 확장되면서 궁극적으로 사용자에게 솔루션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성 연구원은 "앞으로 주방가전은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전자제품이 메인이 될 것"이라며 "미래 인덕션은 요리가 서툰 사용자에게 요리 레시피와 팁까지 안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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