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증권사 최근 10년 자산 3.5배 성장, 파생결합증권 동력원 해외주가지수 연계 ELS 집중, 주가 급락에 수조원 마진콜 단기자금시장, 외환시장 교란 야기 규제 완화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정책으로 국내 증권회사의 자산 규모가 최근 몇년 사이에 3배 이상 급증했다. 증권사의 자산 확대 이면에는 파생결합증권의 팽창과 부동산 그림자금융 확대가 있다.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과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본시장 급변 과정에서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하기도 했다. 디지털타임스는 국내 증권회사의 자산 확대 과정과 그에 따른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주].
국내 주요 증권사의 최근 10년(2009~2019)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10년 사이에 총자산이 3.5배 증가했다. 자산 측면에서는 유가증권이 220조원 늘어났는데, 유가증권이 자산증가의 69%를 설명하고 있다. 차입부채는 228조원 증가했다. 늘어난 차입부채 가운데 파생결합증권이 90조원이고,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가 73조원이다.
증권사 자산 팽창이 신용연계채권인 ELS, DLS 등 파생결합증권을 통해 주로 이뤄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LS 등을 발행해 유가증권을 매입하고, 그 유가증권을 운용해서 얻은 수익으로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
파생결합증권을 통한 성장은 2016년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도입 이후에도 계속됐다. 2013년 12.7조원이던 증권사의 총자본금은 2019년 18.5조원으로 약 50%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총자산은 242.3조원에서 482.6조원으로 6년 만에 2배 증가했다. 자산증가를 주도한 곳은 대형 8개 증권사로 이들은 파생결합증권을 통한 성장에 주력했다. 그렇게 늘어난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2015년 100조원을 넘어섰고, 2018년에는 111조원도 뛰어넘었다. 2019년 대규모 상환으로 인해 현재 발행잔액은 107조원(5월25일 기준)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은 구조가 대동소이하다. 홍콩H지수, 유로스톡스50, S&P500 등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증권을 발행한다. 조달한 자금은 주로 채권을 통해 운용한다. ELS 수익률을 높이는 수단으로 채권 중에서 캐피탈채권을 매입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기초자산이 3개 이상인 ELS 발행비중이 74%(2019년 기준)에 이르고, 기초자산별 비중을 보면 유로스톡스50(77%)과 S&P500(72%) 비중이 절대적이다. 주가 급락이나 금리 상승에 따른 운용손실이 증권사 전체의 리스크가 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3월 글로벌 주가 급락 당시 옵션매도에 따른 마진콜로 다수 증권사가 달러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파생결합증권은 주가지수가 일정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면 증권사도 좋고 투자자도 좋은 최고의 상품이다. 그렇지만 주가지수 급등락이 발생하면 한번에 그동안 벌은 걸 모두 잃을 수 있다. 더구나 다수 증권사가 비슷한 구조의 상품을 발행하면서 지난 3월처럼 증권사가 한꺼번에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집중이 시스템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수 조원의 달러화 자금이 필요해진 증권사가 너도나도 단기자금과 달러화 조달에 나서자 단기금리와 원화환율이 급등하는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라도 발행총량 규제라는 강력한 규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100조원이 넘는 파생결합증권을 방치했다가는 단기자금 시장과 외환시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2015년 홍콩H지수 급락 당시 파생결합증권 규제 방안으로 자본시장법상의 '조치명령권' 도입을 언급했지만 사후 조치가 전무했다. 금융당국의 대응책은 2017년 시작된 파생결합증권 구분계리가 전부였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발간한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에서 "지난 3월 증권사로 인한 자금시장과 외환시장의 교란은 증권사의 건전성이 시스템 리스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증권사의 행태로 인해 시스템 리스크가 유발될 수 있음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김현동기자 citizen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