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면세업계가 정부의 늑장 대처에 고심하고 있다. 매월 수백억원의 임대료를 내면서도 매출이 임대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업계에서는 "더 늦으면 버틸 수 없다"며 빠른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24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 한인규 호텔신라 TR부문장,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대표 등 주요 면세점 대표들은 지난 15일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과 간담회를 갖고 추가 지원책에 대해 논의했다.

간담회 후 공사 측은 "임대료 감면 등에 대해 긍정적인 논의가 이뤄졌다"며 "조속한 시일 내 추가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간담회를 가진 항공업계에도 곧바로 500억원 규모의 신규 지원이 결정된 만큼 면세업계에서도 곧 추가 지원 방안이 확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간담회를 가진 지 열흘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면세업계 추가 지원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천공항공사의 상급기관인 국토부가 의사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지원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면세업계의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지난 4월 면세점 매출을 견인하는 국제선 출발 여객 수는 3만2646명으로 지난해보다 99% 줄었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점 '빅 3'의 매출은 500억원대에 머무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들 3사의 매출은 약 2500억원이었다. 1년 새 매출이 80% 급감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3사의 월 임대료는 약 840억원에 달한다. 월 매출액으로 임대료조차 감당할 수 없는 셈이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감안하면 3사의 적자는 1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5월 들어 여객 수는 더 감소세다. 인천공항 비상운영 3단계에 해당하는 일간 이용객 수 3000명 미만인 날이 3일이나 나왔다.

이에 면세업계에서는 정부가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 면세점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머뭇거리다가는 국내 면세 산업이 통째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대기업 면세점들은 인천공항공사가 제안한 임대료 20% 감면 카드를 받아들지 않고 있다. 20% 감면을 받아들일 경우 내년 할인을 포기하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결국 올해 감면분을 내년에 내게 돼 실질적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에 입점한 모든 사업자들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면세업계의 현실에 맞게 모든 인천공항 면세사업자에게 차등 없이 공평한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인천공항 여객 수가 급감하면서 면세업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사진은 인천공항 입국장 전경. <연합뉴스>
인천공항 여객 수가 급감하면서 면세업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사진은 인천공항 입국장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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