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수요 급감에 항공업계가 경영악화에 시달리며, 지난해 말부터 진행되고 있는 항공사 인수합병(M&A)이 장기화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며 M&A 무산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한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새 판 짜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이 각각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에 대한 인수과정을 중단한지 한 달이 다 돼간다. HDC현산은 지난해 12월 27일 2조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1.5%를 확보하기로 하고 지난 4월 30일 지분 취득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식 취득일 직전일인 4월 29일 돌연 취득예정일자를 무기한 연기했다.
안갯속에 빠진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의 경영난이 심화되자 아시아나항공은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지난달 1조7000억원을 지원받기는 했지만, 재무상태 개선 여력은 보이지 않는다. 올 1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손실은 2082억원에 당기순손실은 5490억원이다. 연결기준으로는 자본잠식률은 81.2%에 달해 완전자본잠식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HDC현산으로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고민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책은행 지원금은 고스란히 갚아야할 빚이고, 실적반등 시점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자칫하다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합병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제주항공 역시 지난달 29일로 예정돼있던 이스타항공의 주식 취득대금 납입일을 무기한 연기했다. 표면적으로는 해외에서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지만, 제주항공의 경영악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97억원이다. 이스타항공 지분 51.17% 인수에는 545억원이 들고, 이스타항공이 완전자본잠식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향후 투입해야 할 금액이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제주항공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통해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이중 1022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결정했다. 회사 운영자금도 유상증자로 마련하는 상황인데, 이스타항공 인수가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