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경영·無노조 리스크 차단 "오로지 회사 가치 향상에 집중" AI·5G·바이오·반도체 산업 등 주요 사업장 현장 경영에 나서 이건희 회장 와병 6년째 불구 특별한 건강상태 변화는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조 문제 등과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슬기기자 9904sul@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병상에 누운 지 만 6년을 맞아 경영 대전환에 나선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이 '4세 경영과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는 등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대결단을 내리면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지난 6일 대국민 사과에서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한 '뉴삼성'으로 가기 위한 광폭 행보를 더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이와 관련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며, 인재 발굴과 신사업 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8년 경영복귀 이후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 반도체 등 4대 미래 성장 사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뒤이어 지난해 4월에는 133조원짜리 시스템 반도체 장기 투자 로드맵에 이어 같은 해 10월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도 내놨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문제가 불거지자 직접 현지로 달려가 현장을 점검했고, 올해 역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주요 생산라인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적극적인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과 경영승계와 관련한 각종 논란을 과감한 결단으로 종식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현장 경영 행보에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지금까지의 소회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2014년에 회장님이 쓰러지시고 난 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며 "그 과정에서 깨닫고 배운 것도 적지 않았고, 미래 비전과 도전 의지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파격 선언이 실제 삼성 경영 체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지도 관심사다. 재계 관계자는 "준법감시위원회와 시민단체들은 이미 삼성에 승계, 노조 문제와 관련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주문하고 있다"며 "보다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계와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에 입원 중인 이 회장은 여전히 의식은 없지만 건강상태에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10일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해 병상 생활 만 5년을 앞두고 위독설이 돌았으나, 현재까지도 안정적인 상태로 자가 호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