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쇼크'가 오는 2분기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수출에 70% 가량을 의존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명약관화'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경기 악화로 가계가 지갑을 쉽게 열지 않으면서 디플레이션 국면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2020년 1분기 수출실적 평가 및 2분기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전 분기 대비로는 3.7% 감소했다. 1분기 수출 업황 평가지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8포인트(p), 전 분기 대비 24p 하락한 70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1분기(7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출입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기 둔화, 유가 급락에도 반도체 단가 회복, 비대면 생활양식 전환으로 1분기 수출은 전년 실적에 근접했다"면서도 "수출 업황 지수는 수출 대상국 경기 둔화로 수출 물량·계약이 부진하고, 수출 원가도 악화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1분기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는 수출은 2분기 들어 더 큰 후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받는 코로나19 영향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시점이라서다. 수출입은행은 2분기 수출은 전년 대비 13~15% 수준에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2%, 연간으로는 13.8% 하락했었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도 올해 상품 교역량이 코로나19로 인해 12.9~31.9%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다만 수출입은행은 "분기 후반으로 갈수록 사회 봉쇄령 해제·각국 부양책 가시화 등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우리 기업들의 타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출입은행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454개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수출액 감소' 전망이 68.0%인 반면, '수출액 증가' 전망은 6.6%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2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역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펴낸 '비금융 상장기업 상반기 실적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1844개 기업의 1분기 매출·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5%·35.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 영업이익 증가율도 39.8% 역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수요 둔화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도 대두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근원물가 지표로 쓰이는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이미 지난달 전년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쳐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근원물가 상승이 둔화한 것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단 정부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앞서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번 근원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정책적 원인에 있다"며 "디플레이션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은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실물경제 침체와 실업 등 본격적인 충격은 이제 시작"이라며 "내수와 수출의 동반 위축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지난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