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재계가 바뀌고 있다. 코로나19라는 국난에 자발적으로 회사 시설을 무상으로 임대해 주고 전자투표제 도입 등 주주들의 권리를 확대하는 등 '사회공헌'과 '투명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승계 논란 등에 대해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공개 사과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재계 1위인 삼성의 총수가 이 같은 결단을 내리면서 재벌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한층 더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 사과문 발표 전에도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했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자 영덕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고 의료진을 파견한 데 이어 피해 협력사를 대상으로 1조원 규모의 운영자금 지원 펀드, 1조6000억원 규모의 물품대금 조기 지급 등 2조6000억원 규모의 긴급 지원방안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전개했다.
이후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 동원해 마스크 33만개를 해외에서 공수해왔고, 마스크 등 제조업체에 스마트공장 노하우를 전수해 생산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등 상생 활동도 지속했다.
이 밖에도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섰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180조원을 투자해 4만명 이상의 직고용을 하겠다고 밝혔고,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비롯해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 활동도 전개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했고 꾸준한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했다. 이번 이 부회장의 사과 발표 역시 삼성이 투명경영 차원에서 신설한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뤄졌다.
이는 삼성 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한 번도 쓰지 않은 경북 경주의 신축 연수원 2곳을 코로나19 경증 환자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고, 현대차 노사는 부족한 혈액 공급을 대비해 현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소부품 협력사 유동성 지원을 위해 1조원대 자금을 긴급 지원하기도 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 인력들과 직접 대화하며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 밖에도 54억원에 이르는 코로나19 성금 기부는 물론 각 계열사 별로 행복도시락 지급 등 다양한 직접적인 지원 활동을 했다. SK그룹 역시 거의 모든 계열사들이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등 투명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그룹 역시 구광모 회장의 격려 속에 각 계열사 별로 다량의 가전제품과 손소독제를 대구 등 현장에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아울러 구미 LG디스플레이 기숙사와 울진 LG생활연수원 등을 코로나19 지원시설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등 국난(國亂) 상황에서 기업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가장 큰 배경은 재계 총수들의 경영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말 뿐인 사업보국(社業報國)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사회공헌과 투명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삼성의 스마트공장 지원을 받은 전라북도 군산시에 위치한 손세정제 제조업체 '앤제이컴퍼니' 직원이 손세정제 용기와 분무기를 연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2일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지원임무가 완료된 LG디스플레이 구미 동락원에서 장세용(앞줄 왼쪽 두번째) 구미시장, 권영진(앞줄 왼쪽 다섯번째) 대구시장, 의료진, 대구경북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