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중국 반도체 업계가 낸드플래시에 이어 D램까지 양산 계획을내놓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맹추격 하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 등과 비교해 기술 수준은 1~3년 가량 뒤쳐지지만, 몇년 전까지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속도다.
업계에서는 품질이나 양산능력 등에서 중국이 아직 '반도체 코리아'를 위협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강력한 내수 시장과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등을 잠재적인 위협 요인으로 꼽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디지털 전문 매체 디지타임즈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올 하반기 17나노(㎚) D램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창신메모리는 지난해 9월 D램 양산을 처음 공식화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첫 제품은 19나노 수준으로 알려진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11월 양산하기 시작한 2세대 10나노급(1y) D램을 17나노대로 추정하고 있다.
창신메모리가 올 연말 실제 17나노 D램 양산에 돌입할 경우 기술 수준이 3년으로 좁혀지는 셈이다. 작년 초 1y D램을 양산한 SK하이닉스와는 2년 차이다.
창신메모리는 올 4월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램버스(Lambus)와 특허 계약을 체결하는 등 투자규모를 줄이지 않고 있다.
앞서 중국 양쯔메모리(YMTC)도 지난달 10일 자사 홈페이지에서 128단 낸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올 연말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작년 7월 100단 이상의 낸드 양산을 시작했고,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내 128단 낸드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의 부상은 메모리 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영역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시노(CINNO) 리서치는 최근 올 1분기 중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화웨이 산하 반도체 기업 하이실리콘이 점유율 43.9%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작년 1분기만 해도 48.1%라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사수했던 미국 퀄컴을 2위로 미뤄냈다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시노에 따르면 하이실리콘은 화웨이 스마트폰의 AP 자급률을 90%까지 끌어올렸고, 5G 통합칩 시장에서 삼성과 겨루고 있다.
이처럼 최근 중국 반도체 기업이 잇따라 개발 성과를 발표하자 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29일 삼성전자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중국 기업의 위협에 대한 체감과 초격차 유지 전략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와 관련 삼성 측은 "단순 양산 시기보다는 고객사 수요를 만족할 수 있는 고부가 제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냐가 더 중요하다"면서도 "중국업체의 메모리 시장 진입을 매우 중요한 모멘텀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공정 기술은 개발 성공 여부보다 수율이 중요하다"며 "중국 업체는 아직 만드는 족족 적자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은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는 내용이 포함된 '중국제조 2025' 정책을 정부의 부당 지원, 외국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등을 문제삼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폐기 압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밀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50개 대규모 반도체 사업에 대한 총투자비는 약 2430억 달러(약 297조9000억원)에 이른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있는 창신메모리(CXMT)의 D램 생산공장 전경. <출처=CXMT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