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생산시설 재가동 불구 TV 등 가전 판매량 두자릿수↓ 코로나 이후 수요절벽 현실화 의료용 반도체 등 메모리 수요↑ 원격교육·건강관리… 맞춤 대응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 이후 예견됐던 '수요 절벽'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전자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으로 생산은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위축은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메모리반도체만은 의료용과 '언택트(비대면)' 특수 등에 힘입어 그나마 선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위생가전 확산 등 시장 변화 추세에 맞춰 생존을 위한 본격적인 비상경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생산 정상화 수순 밟지만…수요절벽에 판매 감소=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가전 공장이 이달내 전면 재가동될 전망이다. 인도 정부의 봉쇄령이 2주 더 연장되면서 아직 현지 공장 가동 시점이 나오진 않았지만, 러시아와 멕시코 등 나머지 국가에서는 늦어도 이달 내에는 생산이 재개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문제는 TV 등 주요 가전제품이 본격적인 수요 절벽에 직면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29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 TV 판매량이 작년 동기보다 20% 후반대로 감소했다고 밝혔고, 2분기도 10% 초반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LG전자 역시 같은 날 콘퍼런스콜에서 "조만간 (해외 공장) 조업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2분기 생활가전의 해외 매출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 유통 매장이 3월 이후 여전히 문을 닫았거나 방문객이 거의 없는 상황이고, 여기에 도쿄 올림픽과 유로2020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막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소위 '짝수해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나마 메모리반도체는 '선방' 기대…의료용 등 급증=그나마 다행인 것은 삼성전자 등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의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4 8Gb(기가비트) D램의 지난 4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1.9% 오른 3.29달러로 집계됐다. 바닥을 찍었던 올 초와 비교하면 17.1% 상승한 숫자다.
수요 부진에 따른 반도체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메모리는 선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를 제외하면 올해 5% 감소하지만, 메모리를 포함하면 작년(4386억 달러)보다 2.5% 증가한 4393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이 위축하지만, 대신 산업용과 의료용 수요 급증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옴디아는 무선칩의 성장세를 기존 4.8%에서 2%로 축소했고, 자동차용 반도체는 7.5%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산업용 반도체 시장은 전년보다 2.5%, 특히 의료용 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작년 55억 달러에서 60억 달러로 7%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에서는 여기에다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PC용과 서버용 메모리 수요도 한층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불안요인도 있다. 인텔은 지난달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 주당 이익 전망치를 시장 전망치 1.19달러보다 낮은 1.10달러로 제시했는데, 만약 인텔의 주력인 CPU(중앙처리장치)가 공급부족 상황에 처할 경우 서버와 PC용 메모리 수요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가전업계, '원격교육·건강관리' 등으로 시장 변화 대응=가전업계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시장 변화에 주목하며 원격교육과 건강관리 가전 등을 앞세운 맞춤형 전략으로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많은 국가에서 온라인 판매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홈스쿨링, 홈오피스 등 스마트TV 특장점에 기반해 차별화한 시나리오를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도 "건강관리 가전 테마를 강조하고 온라인 판매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소비시장 침체로 올해 수출·제조업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것"이라며 "코로나 특수로 시장 다변화를 꾀하려면 원격진료 활성화 등 파격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