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우리금융, 기업부문 대손충당금 증가 하나금융, 코로나19에도 충당금 줄어 눈길 JP모간, 코로나19·유가 반영 선제적 충당금 적립 "대손충당금 제도차이·충당금 판단 차이" 금융당국 손상차손 인식 지도도 영향 준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실물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지주사가 대손충당금을 예상보다 적게 적립해 주목된다. 이는 미국의 JP모간 등 해외 금융회사가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것과 비교가 되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미국과 국내의 대손충당금 적립제도의 차이와 충당금 적립 시기에 대한 판단의 차이라는 입장이다.
KB금융지주는 최근 발표한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을 2435억원 적립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 대손충당금(1565억원)과 비교하면 55.6%나 늘어난 금액이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가계 부문 충당금이 995억원으로 같은 기간에 비해 14% 증가했고, 신용카드 부문 1092억원으로 1% 늘어났다. 기업 부문은 지난해 1분기에 303억원 환입된 것에 비해 올해는 51억원을 적립했다.
신한지주의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도 2586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1% 늘어났다. 신한은행의 대손충당금이 전년 대비 28% 증가한 968억원이고 신한카드도 3% 늘어난 1618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소매 부문 충당금은 476억원으로 10% 줄어든 데 비해 기업 부문에서는 전년 대비 113% 늘어난 492억원을 쌓았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올해 1분기에 전년 대비 39% 늘어난 75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분기에 86억원의 충당금 환입이 있었는데 올해 1분기에는 475억원을 적립했다. 다만 우리카드의 대손충당금은 전년 대비 56% 줄어든 275억원에 그쳤다.
다만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대손충당금이 감소했다. 하나은행의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은 3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57억원보다 57%나 줄었다.
국내 금융지주사와 달리 지난 14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JP모간은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해 눈길을 끌었다. JP모간은 1분기에 약 68억달러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지난해 12월말 대손충당금 적립액과 비교할 경우 충당금 순적립액 규모는 111억달러로 늘어난다. 43억달러의 추가 충당금은 올해 1월부터 미국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방식이 기존 발생손실모형에서 기대신용손실모형(ECL·Expected Credit Loss)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회사는 지난 2018년부터 이미 IFRS9(K-IFRS 제1109호)를 적용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다.
발생손실모형은 원리금 연체 등 객관적 사건 발생을 기준으로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기대신용손실모형은 부도확률에 기초해 집합적으로 손실규모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김기환 KB금융지주 부사장은 "미국의 은행은 기존에 발생손실모형에 따라서 충당금을 쌓다가 ECL 적용하면서 예상손실에 근거해 충당금을 추가로 쌓았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고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JP모간은 1분기 충당금 적립과 관련해 코로나19와 유가 영향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JP모간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미국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5% 하락하고, 실업률이 올 하반기에 1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 2021년 말까지 40달러 이하에 머물 것으로 가정했다. 선제적인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도 JP모간의 총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 규모는 2%대 중반 수준인 데 비해 국내 금융지주사의 총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 수준은 1%대 초반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미국 은행과 국내 은행은 여신 패턴과 여신 포트폴리오에 차이가 있다"면서 "충당금을 1분기에 미리 적립할 수도 있고 향후 적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지주사가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하지 않은 데에는 금융당국의 지도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이례적으로 금융상품(대출채권, 매출채권 등)에 대한 손상 처리 안내 자료를 내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정책상 지원되는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채권 상환 유예는 금융기관 대출채권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바로 증가시키지 않는다"면서 "금융상품 기준서의 손상 규정 적용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영향과 경제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전례 없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에 따르는 채무불이행 등을 손상으로 인식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셈이다.김현동기자 citizen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