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100억원 이상 적자 예상 고정비 탓 대규모 손실 불보듯 사태 장기화, 정부지원도 못받아 면세시장 돌파구 마련 최대과제
호텔신라가 코로나19 사태에 적자전환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 참석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호텔신라가 코로나19라는 사상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1분기 적자전환이 유력한 데다 2분기 이후에도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지난 2010년 사장 자리에 오른 뒤 10년간 호텔신라를 글로벌 면세 기업으로 키워낸 이부진 사장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낼 지 업계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23일 에프엔가이드의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 1분기에만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300억원 이상의 적자를 예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1분기 1조3000억원을 돌파했던 매출도 1조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불과 4개월여 전 5조7000억원의 매출과 295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고 실적 기록을 갈아치운 회사라고 믿기 어려운 전망이다.
1월까지만 해도 이른 설 연휴 효과로 호실적을 기록했던 호텔신라가 휘청인 것은 2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영향 때문이다. 전세계 하늘길이 막히며 면세사업과 호텔사업 등 관광업이 직격타를 맞은 것. 매출이 줄어도 고정비가 거의 줄지 않는 업종 특성상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는 일일 감염자 수가 10여명 안팎까지 줄어들며 어느 정도 진정세로 돌아섰지만 해외에서는 아직도 심각한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이 공항 문을 걸어잠그면서 해외 관광객에 의존하는 면세업 역시 '올 스톱' 상태가 이어지는 중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여름 휴가철을 앞둔 4월 말~5월에는 면세업황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연내 회복'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2분기가 한 달여 지났지만 반등 시그널은 보이지 않는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보다 2분기 업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며 "중국 항공편 중단과 국내 입국자 자가격리 방침 등으로 중국 리셀러들의 활동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면세업계 지원 방안 역시 대부분 중소기업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 대기업인 호텔신라는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면세점 재고품을 백화점 등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호텔신라는 지난달 따냈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DF3 사업권도 포기했다.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10여년 간 승승장구했던 이부진 사장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면세 시장이 무너진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사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임기가 2023년까지로 늘었다.
이 사장은 이 자리에서 "연초부터 커다란 불확실성으로 인해 관광산업이 생존을 위한 도전에 직면했다"며 "사업모델과 지역, 상품을 다변화하고 M&A와 전략적 제휴 기회를 발굴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