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경영실적이 증권가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을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상황에서 이례적이다. 이번 실적이 '착시효과'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1분기 판매가 11.6% 감소한 상황에서 실적 성장을 이끈 것은 작년보다 약 70원 오른 환율이었다. 당장 현대차는 2분기부터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할 것을 대비해 내수중심 판매 계획을 수립했다.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컨센서스 웃돌았는데…우울한 현대차 1분기= 23일 현대차는 서울 본사에서 컨퍼런스콜을 갖고 올해 1분기 영업이익 8638억원, 매출 25조3194억원(자동차 19조5547억원, 금융 및 기타 5조764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7% 늘었고, 매출도 5.6% 증가했다.
애초 증권가는 현대차가 영업이익 7147억원, 매출 23조2212억원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판매가 11.6% 감소한 90만3371대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을 넘어 어닝 서프라이즈다. 다만 분기 판매는 2011년 3분기 이후 9년 만에 분기 판매 100만대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축포를 터뜨리지 못했다. 이번 실적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 '환율'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원·달러 가치는 1193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125원)보다 약 70원 뛰었다. 실제 작년 1분기 1120~1130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가치는 지난 3월 19일 종가 기준 1280원까지 올랐었다. 현대차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연간 1200억원의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보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 2분기 걱정…코로나발 위기 본격화= 현대차의 1분기 판매 감소 폭(-11.6%)은 1분기 산업 수요 감소 폭이 24% 줄고, 3월 이후 40% 쪼그라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당장 2분기를 걱정하고 있다. 사실 현대차 해외공장이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것도 사실 3월 중순과 말부터다. 특히 올해 수요 증가가 예상됐던 중국이 연초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고, 3월 이후부터 미국, 유럽, 인도의 감소세도 두드러졌다. 현대차는 이러한 감소세가 상반기 내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딜러 단축 영업, 소매점 강제휴업 등을 실시하고 있고, 중국은 3월 회복세 보였지만, 예년 수준의 수요 회복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모디 총리가 국가봉쇄령을 5월 초까지 연장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2분기는 3월 감소 폭 이상의 부진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갈 곳 없는 수출 車'…현대차, 내수 총력 선언= 현대차가 코로나19 위기 속 돌파구로 내수시장을 택했다. 해외공장들을 줄줄이 가동중단(셧다운)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선택지도 없다. 2분기 수요 감소 전망에 따라 수출 물량을 조절하고, 국내공장 생산물량을 내수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차 그랜저,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GV80, G80 등의 신차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현대차는 현재 국내에만 약 12만대 신차 미출고 물량을 보유 중이다. 지난 1월 제네시스의 첫 SUV(스포츠유틸리티차) GV80은 출시 첫날 1만5000대의 계약대수를 기록했고, 3월 출시한 G80의 경우 첫날에 연간 판매 목표의 약 70%인 2만2000대를 받았다. G80은 역대 첫 날 사전계약 신기록이다. 아반떼 역시 이전 모델보다 10배 높은 1만대 이상의 계약을 받았다.
현대차의 내수 '총력전' 선언은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하반기 투싼과 제네시스의 두 번째 SUV GV70를 비롯, 싼타페와 코나 개조차 등의 출격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