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무기한·무제한 권한요구
통합당 중진 "무례한 요구" 반발
홍준표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
심재철 '무기한 전권'에 선그어

미래통합당 김종인 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참패를 수습하고자 꺼내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카드가 오히려 당을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의 임기 및 전권을 둘러싼 파열음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는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하는 등 본격적인 당 쇄신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 체제 비대위 출범의 관건은 임기 및 권한이다. 김 전 위원장은 현재 무기한·무제한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에서 다음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당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다. 통합당 중진 의원들은 "무례한 요구"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3선 고지에 오른 조해진 당선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비대위원장을 맡는 조건으로 무제한의 임기와 당헌·당규를 초월하는 전권을 요구하는 것은 비민주적이고 오만한 권위주의"라며 "투표로 선출되는 원내대표도 임기가 있고 당 대표도 임기가 있는데 민주적 정통성이 없는 비대위원장이 무제한의 임기를 요구하는 발상이 어디서 나오는가"라고 쏘아붙였다. 조 당선인은 특히 외부 인사 중심의 비대위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조 당선인은 "외부 비대위는 당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선언하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며 "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자기 쇄신 능력이 없는 존재로 낙인찍어놓고 비대위의 결정사항을 실천하라고 말하는 것은 논리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3선의 김영우 의원도 페이스북에 "전권을 갖는 비대위원장이라니 조선시대도 아니고 참으로 비민주적인 발상이다. 창피한 노릇"이라고 적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가세했다. 홍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리 당이 망가졌기로서니 기한 없는 무제한 권한을 달라고 하는 것은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가 아닌가"라며 "그럴 바엔 차라리 헤쳐 모여 하는 것이 바른길이다.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버릴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열을 올렸다.

통합당 재선 당선자들 역시 이날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진행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도 체제 개편과 관련해서 당선자 총회 없이 최고위가 결정을 내린 것을 아쉽게 생각하지만 존중한다"면서도 "'무기한으로 하겠다', '전권을 달라'는 것은 지금 논의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고 에둘러 불쾌감을 표했다.

심 권한대행은 당 내 반발을 의식한 듯 무기한 전권에 선을 그었다. 심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기한이 가능하겠는가"라며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심 권한대행은 이어 "(김 위원장이) 7~8월 전당대회는 곤란하다고 말했으니 그 부분에 대해 논의를 좀 해보겠다"며 협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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