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련(왼쪽) 민주당 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단장이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3일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재발 방지대책으로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 성범죄 방지법을 20대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백혜련 민주당 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단 단장은 이날 국회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당정협의 이후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n번방 재발방지 3법' 등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안들을 모두 추려 20대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심의·확정했다.
우선 그동안 사안의 파급력이나 중대성에 비해 처벌이 약했던 디지털 성범죄물 제작 범죄도 앞으로는 중범죄 수준으로 처벌을 강화한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 행위에 대한 형량의 하한을 설정하기로 했다. SNS나 인터넷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광고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도 신설해 수요자 유인 행위를 막는다는 방침이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구매죄도 신설된다. 구매만 해도 처벌하겠다는 의미다. 또 성착취물 소지죄 처벌 범위를 넓혀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물 뿐만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물을 소지하는 경우에도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마약 수사에 활용하는 잠입수사 기법도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도입했다. 폐쇄적인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과정의 특수성을 고려해 수사관이 미성년자 등으로 위장해 적발할 수 있도록 수사기법을 다양하게 활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즉시 시행하고, 사후 수사관 보호 및 향후 재판과정에서의 증거능력 등을 고려해 법률에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입법대책은 민주당이 맡았다. 민주당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물 제작·소지 등의 처벌 수위 강화와 함께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상향, 유죄판결 이전이라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몰수제 도입 등으로 처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법 집행의 실효성을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현행 만 13세 미만으로 규정된 미성년자 의제강간 기준 연령이 16세 미만으로 상향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도 n번방 재발방지 대책에 적극 나서는 만큼 의사일정만 원만히 합의된다면 다음 달 중순까지 열리는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회에는 백 단장이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성폭력처벌법 개정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n번방 사건 재발 금지 3법'외에도 박광온 민주당 의원, 박대출·송희경 통합당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일명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이 다수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는 디지털 성범죄물이 있는 온라인 채팅방에 가입하거나 들어간 행위만으로도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