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황유 대규모 설비투자에도 해운 물동량 줄자 수요도 급감 고유황중유와 가격差 8달러로↓ 투자금 회수시점 지연 가능성도
[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정유업계가 유가폭락과 수요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저유황유 가격마저 급락세를 보이며 사면초가 상태에 놓였다. 정유사들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 2020'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마쳤지만 코로나19로 투자금 회수가 난망한 상황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경유(황 함유량 0.05%) 가격은 배럴당 30.27달러, 벙커C유로 분류되는 고유황중유(황 함유량 3.5% 380센티스톡 기준)는 21.60달러를 각각 기록해 8.67달러의 차이를 보였다.
두 제품의 가격은 올초 32.60달러 차이가 났지만 코로나19 사태와 국제유가 폭락으로 하락세가 이어지며 이달 들어 10달러 미만으로 좁혀졌다.
유가 폭락으로 모든 석유제품 가격이 일제히 급락했지만 저유황유의 가격 압박은 정유사를 더욱 답답하게 하는 요인이다.
IMO 2020 규제는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제한하는 규제로 경유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유사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저유황유 생산설비를 갖춰놨으며 벙커C유보다 가격이 비싼 만큼 새로운 고부가가치 사업군으로 기대를 걸었다.
대표적으로 SK에너지는 1조원을 투자한 울산 CLX(콤플렉스)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시운전을 마치고 본격 상업생산 채비를 마쳤으며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말 세계 최초로 친환경 선박연료 브랜드 '현대스타'를 출시했다. 에쓰오일도 울산 온산공장에 있는 잔사유에서 황을 제거하는 설비(RHDS)를 증설하고 있으며 GS칼텍스는 기존에 공장 연료로 사용하던 저유황유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고 저유황유는 선박유로 판매키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해운 물동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저유황유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자 가격 하락폭도 컸다. 벙커C유 가격이 연초 대비 55.1% 낮아진 동안 경유 가격이 62.5% 떨어진 게 이를 반증한다.
2M, 디 얼라이언스, 오션 등 3대 해운동맹 소속 대형선사들은 최근 정기적으로 신항에 들르던 선박 상당수를 임시결항(블랭크 세일링)한다고 통보한 상태다. 연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 악재로 인해 저유황유 가격이 벙커C유와 별 차이를 보이지 못하면서 수익성 저하는 물론 투자금 회수 시점도 지연될 상황에 놓였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현재 고유황 수요가 상대적으로 덜 빠진 상황으로 아스팔트는 수출은 양호한 상황"이라며 "경유보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벙커C유 가격이 저유황유보다 덜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가시장은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국은 하루 97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코로나19로 감소된 원유수요(2000~3000만 배럴)를 상쇄하기엔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실제 감산 합의 이후에도 국제유가는 20달러 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폭락으로 인해 모든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진 상황으로 저유황유의 가격 하락도 아쉬운 부분"이라며 "정제마진도 마이너스를 이어가는 등 업황이 매우 좋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