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종식 '세계의 공장' 복구 장비·소재 등 공정 경쟁력 높여 파운드리 분야서 반사이익 얻어 IC 생산·수입 전년比 20% 향상 삼성·SK 기술력 턱밑까지 추격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틈타 중국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빠르게 키우며 '반도체 코리아'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들이 미국과 유럽 시장이 마비된 사이 '세계의 공장'을 복구한 중국으로 몰려가면서 공정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힘입어 최근 중국 반도체 시장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글로벌 수요절벽에 우리 반도체 수출은 4월들어 내리막을 타기 시작해 '초격차'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종식 선언으로 현지 반도체 생산·소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중에도 서버 시장은 견고했고, 여기에 스마트폰 시장까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3월 중화권 IC(집적회로) 생산과 수입 모두 전년 동기보다 20%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 반도체 수요에 있어 코로나19의 영향은 아직 없다며 "몇달 내 중국 반도체 수요가 둔화하면서 재고가 쌓일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 분석을 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생산은 전년보다 10% 늘어난 반면 수요는 2% 줄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육성 전략과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시장 위축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수요 역시 본격적인 반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1분기임에도 생산과 수요 모두 성장세를 이어갔고, 그 결과 1분기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13%, 11%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반도체 시장의 중국 의존도는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경우 미국과 유럽 공장 셧다운으로 중국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경우 중국 시장에서 판매를 늘리려는 주요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들 간 경쟁도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공정 기술이 대거 중국으로 유입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작년까지 미국 정부와 유럽 장비업체 등이 중국을 견제했던 기조가 코로나19로 약화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미국·유럽 장비 업체가 기술 유출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수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중국 정부도 이를 이용해 최근 메모리반도체 양산 투자에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칭화유니그룹 산하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최근 낸드플래시 샘플의 성능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지난해부터 100단 이상 낸드 양산을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턱밑까지 추격한 것이다.
이는 '반도체 굴기'를 추진 중인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 15% 수준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에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YMTC는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코로나19에 따른 지역 폐쇄 중에도 특별 열차로 우한 공장에 직원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우리 반도체 수출은 코로나19의 영향권에 본격 진입하면서 크게 위축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4.9%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메모리의 경우 중국이 여러 면에서 한국과 경쟁할 만한 시장 경쟁력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코로나19로 시장 판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선제 대응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경우 LCD(액정표시장치)처럼 중국에 시장을 뺏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