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동 정경부 금융팀장
김현동 정경부 금융팀장
김현동 정경부 금융팀장
역대 대통령은 경제문제가 있을 때마다 대기업 총수를 찾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10대그룹 총수를 불러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 2015년에는 재계 총수들을 대거 초청해 문화체육 분야 후원을 당부하고, 창조경제 활성화 간담회도 가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이건희 회장 등 대기업 총수 12명을 청와대로 불러 동반성장을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기업 총수와 호프 미팅, 칵테일 타임 간담회 등을 연달아 열었다. 일자리 창출에 적극 노력해달라는 자리였다. 지난해에는 연초부터 '기업인과의 대화', '중소·벤처기업인과의 대화' 등을 통해 일자리를 당부하고 창업과 혁신을 주문했다. 작년 7월에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30대 기업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을 초청하는 형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인을 찾아가는 현장 간담회도 열었다. 작년 4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현장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작년 10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신규 투자와 상생협력 협약식도 찾아갔다. 경제 행보이자 일자리와 투자를 독려하는 대통령의 메시지였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에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를 부르지도 찾아가지도 않았다. 대신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5대 금융지주회사 회장을 만났다. 소상공인을 위한 100조원 이상의 긴급 금융지원이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금융권의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이 5대 금융지주 회장을 만나기 한달 전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들 회장과 간담회를 했다. 금융지주회사가 고객인 국민과 기업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지난 달 말에는 은행권이 10조원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이 채안펀드에 10조원을 출자하겠다고 나서자 불안하던 자본시장이 안정을 찾았다.

10조원은 100조원 이상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불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체력을 비축한 덕분에 은행권은 국민과 기업을 위해 아무런 조건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었다. 금융당국은 규제 완화를 통해 전체 금융권의 자금공급 규모를 394조원까지 키웠다.

대통령과 민간 금융회사 수장의 만남은 흔치 않은 풍경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 1년 후에야 청와대에서 금융인 간담회를 열었다. 창조경제 지원을 위한 금융의 역할과 규제완화라는 진부한 행사였다. 문 대통령과 5대 금융지주 회장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처음이다. 대통령 당선 후 3년여만의 만남이다. 금융 홀대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이번 만남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금융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렸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긴급 금융지원 현장 간담회에서 "오늘 이 자리에는 감사를 드리러 왔다. 100조원 규모의 정부 대책은 금융권 전체의 협조 없이는 만들어낼 수 없었다. 여러분들이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에 큰 힘을 줬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대통령이 기업인을 초대하고 현장을 방문하는 이유는 주로 일자리 때문이다. 투자와 고용을 늘려 경제성장을 촉진해달라는 주문이다. 실제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기업이다. 그렇지만 코로나19라는 진짜 위기 상황에서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대기업 총수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자리를 KB·신한·농협·하나·우리금융과 금융당국이 대신했다. 정부 부처 장관이 제청(추천)하면 대통령이 수장을 임명하는 자리이긴 하지만 IBK기업·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도 이번에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말처럼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지키는 것은 금융의 중요한 역할"이다. 앞으로는 경제문제가 생길 때 대통령이 기업인만이 아니라 금융인도 찾지 않을까 싶다.

김현동기자 citize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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