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연구기관 잇단 '역성장' 전망 23일 한은 1분기 GDP도 '암울' 향후 마이너스 물가 배제 못해 "중장기 저성장·저물가 기조 지속 확장재정으로 소비·투자 살려야"
한국경제에 디플레이션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저물가 흐름은 고착화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저물가·저성장 기조가 올해 연말까지 지속할 것이라며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소비와 기업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0일 정부와 경제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오는 23일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하는 가운데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경기에 대한 정부 인식을 보여주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을 발표하면서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시사했다. 한은도 최근 "2∼3월 실물경제 지표가 둔화되면 작년 1분기 성장률에 못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도 1분기 역성장을 인정한 셈이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스탠다드차타드, 바클레이즈, 하이투자증권, HSBC 등 9개 국내외 경제연구기관과 투자은행(IB)으로부터 받은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1.5%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만약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하면 1분기 경제는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보다 더 암울한 -2.3%를 제시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현상이 본격화하면서 수출 통로가 막혀 2분기 성장률은 1분기보다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전망했다.
김광석 한국산업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2%대를 기록하고 2분기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며 "코로나19 종식으로 3∼4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된다고 해도 연간 기준 역성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성장률은 고꾸라지는데 저물가 기조는 뚜렷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올해 1월 소비자물가는 1.5%로 올라선 뒤 2월 1.1%, 3월 1.0%로 석 달 연속 1%대를 유지하는 한편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그렸다. 실제 지난달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0.5%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2월(0.1%)과 올해 2월(0.4%)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도 0.4% 올라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산유국들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수요 부진에 따라 국제유가도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코로나19에 따른 노동공급 하락으로 상승 전환했지만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산업분석팀장은 "중장기 관점으로 볼 때 저성장·저물가 기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결국은 경기부양으로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나아가 기업 투자로 연결돼야 한다"면서 "코로나19 검사 키트와 같은 신산업 기회를 포착하고 코로나19 이후의 반등 모멘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광석 실장은 "수요부진으로 공장가동률이 줄고 항공, 해운, 자동차 등 운송수단이 줄면서 경제 셧다운(가동중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여기에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 하락이 소비자물가에 반영돼 마이너스 물가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확장재정을 통해 고꾸라진 내수를 살리고 기업의 실질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