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참패 후 '리더십 공백'에 빠진 미래통합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등 당 재건 방안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로서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주축으로 하는 비대위 출범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지만 당내 계파 간 이견에 당권 경쟁까지 얽혀 있는 탓에 조직 정비가 순조롭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은 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다. 심 권한대행은 4·15 총선에서 패했기 때문에 비대위를 꾸려갈 뒷심이 부족한 상태다. 심 권한대행은 지난 17일 김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만나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통합당 최고위원회도 같은날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김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구성에 의견을 모았다.
현재 통합당 내에서는 '대안이 없다'는 현실론 아래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통합당은 황교안 전 대표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하고 심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주요 인사가 낙선하면서 사실상 지도부가 붕괴했다. 이처럼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당을 쇄신할 적임자는 김 전 위원장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게감 있는 정치인들도 김 전 위원장 비대위 체제에 힘을 실었다. 이번 총선에서 5선 고지에 오른 주호영·정진석 의원뿐만 아니라 무소속으로 당선돼 당 복귀 가능성이 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까지 당내 혼란 수습과 재건을 맡을 인물로 김 전 위원장을 꼽았다.
통합당은 조만간 당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비대위 체제와 관련해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김 전 위원장은 심 권한대행의 요청을 받고 '21대 총선 당선인들의 뜻을 모아오라'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헌·당규상 당 대표 권한대행은 비대위원장을 지명할 수 있다.
다만 당 내부적으로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등 반발기류도 생성되고 있다. 김태흠 통합당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심 권한대행이 당의 중요한 미래가 걸린 사안을 당내 논의 없이 결정하고 외부 인사에게 당을 맡아 달라고 하는 것은 원칙과 상식에도 벗어나고 무책임한 월권행위"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툭하면 외부인에게 당의 운명을 맡기는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 나약하고 줏대 없는 정당에 국민이 믿음을 줄 수 있겠는가"라며 "당의 미래를 외부인에게 맡기는 것은 계파 갈등 등으로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지양해야 한다. 또 외부인의 손에 맡겨서 성공한 전례도 없다"고 쏘아붙였다.
김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했다. 김 의원은 "조속히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든 비대위 체제로 가든 당의 미래는 당내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차기 전당대회는 오는 8월 31일로 예정돼 있다.
김 의원의 공개 반발을 기점으로 비대위 체제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며 갈등이 생겨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고위원 중 유일하게 당선에 성공한 조경태 의원도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과거처럼 비대위 체제로 길게 가면 안 될 것 같다"며 "하루빨리 조기 전당대회를 열든지 해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할 수 있는 수습대책위원회의 성격을 갖는 게 좋겠다"고 했다.
심 권한대행이 국회 입성에 실패한 만큼 하루빨리 원내지도부를 새롭게 꾸려 당을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도 당내 혼란을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다. 이미 3선에 성공한 김태흠 의원, 무소속으로 당선돼 복당을 신청한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 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 밖에 김도읍·박대출·윤재옥 의원, 조해진 당선인 등도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권영세 서울 용산구 당선자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당 안팎에서는 새 지도부를 꾸리는 것에 관한 논의만 눈에 띈다"며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왜 졌는지'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라고 꼬집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김종인 미래통합당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