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The best or nothing)'. 메르세데스-벤츠는 한결같다. 130년 동안 내연기관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전기차에 고스란히 옮겨 담았다. '삼각별' 벤츠의 전기차 브랜드인 EQ의 첫 모델, EQC는 단순 첫 차량이 아니라 기술 변화의 시작이다.
최근 더 뉴 EQC를 타고 서울과 경기도 일대 도심과 고속도로 등을 200㎞ 이상 주행했다.
벤츠의 전기차를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벤츠가 내놓은 전기차 역시 EQC가 처음이다. 처음 마주한 EQC는 외관상 GLC와 닮았다. 탄탄한 '근육질'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와 SUV 쿠페를 적절히 섞어 놓은 느낌이다.
전면부가 특이하다. 전면부 그릴이 뚫려 있다. 대부분 전기차의 전면부 그릴은 막혀있다. 내연기관처럼 엔진 열을 식혀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벤츠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뚫어 놓은 그릴로 배터리 냉각에 힘을 보탠다.
속살을 뜯어보진 못하지만, 여느 전기차와 다르지 않다. 차량 중심에서 가장 낮은 부분에 배터리를 얹는다. 배터리를 최대한 많이 적용하면서도 승차감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이미 많은 전기차들에 적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전기모터는 앞뒤로 나눠 적용했는데, 앞은 '효율'을 뒤는 '역동성'을 담당한다.
숫자로 보는 힘은 막대하다. 앞과 뒤 모터를 합친 시스템 최대 출력은 408마력, 최대 토크는 78.0㎏.m다. 이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1초에 가속할 수 있는 힘이다. 도로 위에서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보니 조용하고 힘차게 미끄러져 나간다.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인디비쥬얼 등 4개로 구성된다. 선택하는 모드에 따라 주행에서 차이는 분명하게 느껴졌다. 에코에선 힘을 빼고 가볍게 달린다. 가속페달 조작 과정에서 경계도 느껴진다. 이 경계를 무시하고 더 밟는다면 '에코'모드를 둔 의미가 없을 것이다. 스포츠는 에코와 정반대다. 오직 '달리기'를 위한 모드다.
운전대를 양손으로 잡자 중지와 약지에 걸리는 버튼이 있다. 바로 '패들시프트'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변속기를 적용하지 않지만, EQC에는 적용됐다. 회생제동 단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D--, D-, D, D+ 등 4단계의 회생제동을 지원한다. -에 가까워질수록 회생 제동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D-부터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 제동이 일어난다는 의미다. 예컨대 주행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살짝 떼면 속도가 줄어든다. 'D--'에선 극단적으로 제동페달을 쓰지 않을 수도 있다. 몇 번 조작하다 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물론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제동페달을 밟지 않으면 조금씩 차는 움직인다. 이는 과거 경험했던 일본 닛산의 전기차 리프의 경우 'e-페달'을 통해 시속 0㎞까지 완전히 멈춰 설 수 있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꾸준히 달리는 환경에선 D+를 추천한다. 내연기관차처럼 '관성 주행'을 활용할 수 있다. 내리막길에선 전기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는 EQC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차량 전면부 엔진룸에서 나는 소리만 없을 뿐 내연기관차나 다름없이 달린다. 이전까지 경험해왔던 전기차들의 경우 가속페달 조작에 따라 차체가 '울컥거린다'는 느낌을 주로 받았는데, 전혀 없다. 시승 이전부터 벤츠 측이 자신 있는 부분이라며 강조해왔는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아쉽다. 유럽 기준으로는 1회 충전에 450㎞를 달릴 수 있지만, 국내에선 대폭 깎인 309㎞다. 다만 계기판에는 400㎞가량 달릴 수 있다고 표시된다. 실제 이번 시승에서 에어컨을 켠 상태로 대부분의 시승을 진행했고, 주행에서도 극한의 상황을 여러 번 연출했지만, 급격히 숫자가 떨어지지 않았다.
가격은 '억' 소리 난다. 부가세 포함 1억360만원이다. 벤츠코리아가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전기차처럼 구매 시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모호한 국내 기준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중차 브랜드라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다만 EQC는 '삼각별' 벤츠다. 1억원대 차를 구매할 정도의 능력을 갖췄다면 보조금과 브랜드를 두고 고민할 수 있다.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