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해 국내 거의 모든 스포츠 대회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그 동안 한국보다 코로나 대응이 늦었던 일본 또한 마찬가지로, 전 국민이 가장 열광하며 좋아하는 프로야구 리그는 물론 봄 시즌 고교 전국야구대회까지 모두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연내에 언제 재개될 지 모르는 대회들을 목표로 집합훈련이 아닌 개인적으로 맹연습을 계속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하는데, 이 즈음에 주목을 받고 있는 최첨단의 '공'이 있어 화제다.
주식회사 아크로디아가 개발한 '테크니컬 피치'라는 상품이 그것이다. 공 안에 첨단 센서가 들어가 있어 던지면 스마트폰에 데이터가 전송돼 회전수, 회전축, 구종을 알 수 있는 게 기본 구조다. 스마트폰과 공만 가지고 던지기만 하면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는 최첨단 트레이닝 시스템이다. 최근에 다수의 고교 야구팀들이 사용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구매해서 자율 훈련용으로 사용하는 프로야구 선수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테크니컬 피치'라는 상품명에 걸맞게 공 내부에 총 9개나 되는 센서가 있어 소위 '9축 센서 볼'이라고도 불리는 이 공의 또 다른 대단한 장점은 정식 시합 때 사용하는 공인구와 크기, 경도, 무게 등이 똑같다는 것이다. 이에 많은 고교 팀들이 이 공을 사용해 개개인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팀 편성에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경우에도 이 공을 개인 훈련에 자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전용 앱 사용자 등록수가 3만명, 그 동안 기록된 투구 수는 약 100만 건이 넘을 정도라 한다.
여기서 놀라운 내용은 이 최첨단 공이 단지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이 단체 연습을 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개발된 것이 아니라, 특별한 개발 목적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공 개발의 목적인 즉슨, 재야에 숨어 있는 '재능'을 발견하기 위함이라 한다. 예를 들면 어느 깊은 산 속이나 시골 들판에서 야구는 하고 싶은데 들어갈 팀이 없거나 구성할 수 없어서 야구에 대한 동경심만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냥 힘껏 던지기만 해도 엄청난 구속과 구질이 나온다면 이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재능이 알려지게 되고 가능성이 훌륭한 예비선수를 찾고 있는 야구팀은 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발탁해 키운다면 기존 고비용으로 운영해 오고 있는 스카우트 시스템과 꽤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다,
실제 이 앱 안에서는 월간 랭킹이 확인 가능하다. 실제로 16~18세에 시속 149㎞를 던진 사람이 있거나 19~22세에 시속 150㎞를 던진 사람이 3명 있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아직은 개인정보를 자세하게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향후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나 팀 명을 공개하면 자신의 능력을 바로 어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고등학생 입장에서 보면 그 어렵다는 코시엔(甲子園)대회 본선에 나갈 수 없어도, 이런 방법으로 고교 야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직접 본인의 실력을 정확한 데이터로 어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대회가 중단돼 프로야구 스카우터는 뭘 보고 선수를 체크해야 하나 하는 상황인데, 정식 시즌 대회 없이도 이 데이터를 통해 황금 어깨 선수를 발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들이 생각지 못하고 있던 틈새를 예리하게 파고들어 개발된 첨단제품이 그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바이러스 팬더믹 상황에서 각광받을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숨어있는 재능개발이라는 상품개발 목적의 의미를 곱씹어 생각해보면 어쩌다 운 좋게 뜬 제품은 아닌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