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지키려는 삼성자산운용과 뺏으려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넘버 원 전쟁'이 한층 격화될 조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국내외 증시 조정 속 더운 기운이 감지되는 ETF 시장이 다시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현재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47조1499억원이다. 지난달 23일(39조3878억원) 40조원에 못 미쳤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4거래일새 7조3859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유입된 결과다.

최근 폭증한 일평균거래대금을 보면 ETF 쏠림 현상이 심화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달 들어 ETF 일평균거래대금은 6조4152억원으로 지난달(6조8572억원)에 이어 연속해 6조원대 거래량을 기록했다. 2조원대 거래량을 기록했던 2월(2조3697억원)과 유입세가 뚜렷하게 비교된다. 1조3332억원이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대략 5배 가까이 늘었다.

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양강'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간 선두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국내 ETF 시장 성장사와 맥을 같이 해온 삼성자산운용은 현재 절반에 달하는 시장점유율로 독보적인 선두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기준 삼성자산운용 ETF 순자산가치총액(24조6859억원)은 국내 ETF 시장 전체의 54.2%로 업계 1위다. 1위를 놓친 적은 한 번도 없다.

23.9%로 2위를 차지한 미래에셋운용(10조9061억원)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3~5위인 KB운용(7.0%), NH아문디자산운용(3.7%), 한국투자신탁운용(3.5%), 한화자산운용(3.4%)의 비중이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투톱의 독주다.

상장 종목수로 보면 미래에셋운용이 123개(27.3%)로, 109개 종목을 운용하는 삼성운용(24.2%)을 소폭 앞선다.

다만 거래량을 보면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격차가 확실히 벌어진다.

지난달 기준 삼성운용 ETF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조1542억원으로 전체의 89.8%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4590억원(6.7%)을 기록한 미래에셋운용의 13배를 웃돈 것으로 지난해 7배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삼성운용 ETF 쏠림이 최근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증시 변동성 확대로 연일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찾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자 관련 상품에 주력했던 삼성운용 KODEX가 빛을 발한 결과다.

삼성운용은 지난 2009년, 2010년 각각 KODEX인버스와 KODEX레버리지 개발을 통해 일찌감치 'ETF 투자 대명사'로 군림해왔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로 인해 변동폭이 컸던 장에서 KODEX레버리지와 인덱스 거래량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ETF 유형별 거래대금 비중을 살펴보면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전체의 8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위 삼성운용에 맞서는 미래에셋운용의 각오도 필사적이다. 최근에는 삼성운용 ETF 운용의 양대 축 가운데 한 명을 영입하며 점유율 확대 의지를 내비친 상황이다. 최근 미래에셋운용 ETF 사령탑에 오른 김남기 ETF 운용본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앞서 김승욱 삼성운용 ETF 운용본부장과 함께 삼성운용 ETF 1, 2팀을 각각 꾸려왔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투톱 ETF 사령탑의 지략대결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남기 미래에셋운용 ETF 운용부문장은 "유동성 측면에서 KODEX 대비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보강하는 것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현재 시장이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에 쏠림이 커진 상황이지만 투자수익의 대안은 이밖에도 무수히 많다. 기존 상품은 물론 전에 없던 상품 상장을 통해 투자자 저변을 늘리는데 집중할 방침"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국내 ETF 시장 추이(한국거래소)
국내 ETF 시장 추이(한국거래소)
차현정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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