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라 슬리마니·마리 다리외세크
신문·잡지에 '격리 일기' 연재 활동
"부르주아 작가의 향락적 취미" 비판

2013년 11월 12일 소설 '남자를 사랑해야 한다'로 메디치상을 수상한 마리 다리외세크   [EPA=연합뉴스]
2013년 11월 12일 소설 '남자를 사랑해야 한다'로 메디치상을 수상한 마리 다리외세크 [EPA=연합뉴스]

지난 2월 28일 파리 살 플레옐에서 열린 세자르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프랑스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  [파리=EPA 연합뉴스]
지난 2월 28일 파리 살 플레옐에서 열린 세자르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프랑스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 [파리=EPA 연합뉴스]

프랑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6일(현지시간) 현재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자(누적)는 총 9만8010명으로, 이 가운데 8911명이 숨졌다. 이처럼 전 국민이 코로나19 사태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 한적한 시골 별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신문과 잡지에 '피란기'를 기고하고 있는 유명 작가들이 '서민 고통을 외면하는 사치스런 행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판에 직면한 대표적인 작가 두 명이 레일라 슬리마니(38·왼쪽 사진)와 마리 다리외세크(51·오른쪽 사진)이다.

슬리마니는 자신의 두 번째 소설인 '달콤한 노래'로 2016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은 유명 작가다. 그는 지난달 13일 프랑스의 한적한 시골 별장으로 거처를 옮긴 뒤 일간지 르 몽드의 온라인판과 종이신문에 시골에서 지내며 떠오른 단상과 일화들을 정리한 '격리 일기'라는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첫날인 지난달 18일 일기에 "아이들에게는 이것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도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오늘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방의 창틈으로 언덕 위의 여명이 동터오는 것을 보았다. 풀잎에 서리가 내리고 보리수나무에는 첫 싹이 움텄다"고 적었다. 또 지난 3일의 여섯 번째 일기에선 "갓난아기의 피부는 엄마의 배 위에 포개지고, 우리는 태양의 애무와 사랑하는 이의 시선에 자신의 피부를 드러낸다"면서 "코로나19 전염병이 타인의 피부를 점점 덜 만지게 되는 경향을 악화시켰다"고 했다.

프랑스에선 이런 슬리마니의 '격리 일기' 연재에 대해 '부르주아 작가의 무신경한 향락적 취미'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소설가인 디안 뒤크레는 주간지 마리안 기고문에서 슬리마니를 프랑스 혁명기 당시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슬리마니의 격리 생활은 동화와도 같다. 베르사유 트리아농 궁에서 농부 흉내를 냈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람들의 분노와 공포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했다.

프랑스의 또 다른 인기작가 마리 다리외세크도 지난달 20일 주간지 르푸앙에 기고한 피란기로 비슷한 비판에 직면했다. 그는 2013년 '남자를 사랑해야 한다'라는 소설로 메디치상을 수상했다. 다리외세크는 정부의 이동제한령이 발효되기 직전 고향인 바스크 지방으로 다급히 '피란'을 간 얘기를 쓴 뒤, "파리 번호판을 단 차를 갖고 다니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돼 차고에 있던 낡은 차를 꺼냈다"고 적었다. 이 기고문 역시 정부의 이동제한령으로 집에 갇혀 있는 많은 프랑스인을 분노하게 했다. 프랑스에선 정부의 이동제한령 발령일인 지난달 17일 직전 주말에 한적한 지방의 시골 마을과 관광지로 파리와 리옹 등에 거주하는 부유층이 몰려들어 원주민들의 불만 여론이 팽배해진 터였다.

독립언론인 니콜라 케넬은 자신의 트위터에 슬리마니의 격리일기를 공유하고는 "안녕하세요! 가난한 분들, 15㎡ 방에 갇혀 잘 지내세요? 이 시간을 잘 보내려면 시골에 별장을 가진 작가의 일기를 한번 읽어보세요"라고 조롱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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