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심의·의결한 '2019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서 사상 처음으로 1700조원이 넘는 국가부채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70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해온 데 따른 것이다. 더군다나 5년 만에 발생한 '세수 결손'까지 덮쳤다.

더 큰 문제는 올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정부가 써야 할 곳은 늘어나는 반면 돈이 들어올 곳은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차 추경에 이어 긴급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2차 추경 편성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23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중반 수준에서, 국가채무 비율은 40% 중반 수준 이내에서 관리키로 했었다. 그러나 이는 지난달 1차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모두 어긋났다. 1차 추경 기준 관리재정 적자 비율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4.7%)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어섰고, 국가채무 비율도 41.2%로 높아졌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을 위한 2차 추경은 세출 구조조정으로 편성할 계획이지만, 정치권에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추가 재정 악화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커지면서 세수 결손이 발생할 공산도 커졌다. 이미 지난해 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법인세 감소 등으로 정부 예상보다 세수가 1조3000억원이 덜 걷힌 것 이상으로 올해도 똑같은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국세수입은 10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조8000억원 감소했다. 소득세는 9조7000억원이 걷혀 1조2000억원 늘었지만, 부가가치세가 2조2000억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 법인세도 6000억원 줄었다. 결과적으로 국세수입은 올해 첫 달인 1월 6000억원 줄어든 데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3차 추경이 기정사실화 하는 데다, 코로나19로 경기 전반이 얼어붙으면서 소득세·법인세·소비세 등 세수의 3대 축이 흔들릴 가능성마저 나온다. 정부는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건전성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건전성 악화 속도가 올해 더 빠를 것으로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지난해 세수 결손이 난 상태로, 국가 재정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1차 추경에서 (2조4000억원 규모의) 세입 경정을 해놓은 게 있어서 3차 추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적인 자금조달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결국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국가부채를 늘리거나, 증세를 하는 방법밖엔 없다"며 "세금을 높이는 방법은 정부로서도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보니 부채를 늘리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부채가 증가하면 민간에서의 경기를 지금보다 더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국세 수입의 약 30%를 차지하는 소득세는 근로소득 자체가 격감하면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의 업황이 나빠져 법인세가 줄고, 당장 소비가 안되다 보니 부가가치세 같은 소비세도 덜 걷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긴급재난지원금 등은 포퓰리즘 성격에 돈을 퍼붓기만 하는 정책"이라며 "결국 기재부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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