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렬 서울예술대 영상학부 교수
이영렬 서울예술대 영상학부 교수
이영렬 서울예술대 영상학부 교수
5세대 이동통신시스템(5G)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상용화 된지 오늘로 꼭 1년이다. 언론은 지난 1년에 대해 '무늬만 5G' '반쪽짜리 5G' '볼 콘텐츠가 없다'는 소비자의 투덜거림을 전하고 있다. 국내 통신3사가 아마도 최선을 다해 5G 망을 깔고 5G 폰에 역대급 단말보조금을 주며 올 1월까지 가입자도 495만이나 모았는데, 소비자와 언론은 왜 이런 야박한 평가를 내놓는 것일까. 또, 언론은 올 1월의 가입자 수(29만)가 작년 8월(88만)의 3분1 토막이 난 이유가 단말보조금 축소 때문이라고 강조하는 것일까.

그것은 통신사들이 5G 망(커버리지)과 콘텐츠에 대한 충분한 준비 없이 먼 미래에 대한 장밋빛 과장 홍보만 앞세우며 서둘러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통신사들이 올해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지하철과 터널, 빌딩 안까지 5G가 통하도록 촘촘하게 전국망을 깔면 어떻게 될까. 현재의 4G 보다 높은 요금과 비싼 단말에도 신규 가입자 수가 고공행진을 할까.

5G에 관한 해외자료를 검색해 보면 세계 통신사업자들은 한국의 5G 사업이 어떻게 진전되는지 지켜보고 있다는 대목이 자주 눈에 띈다. 그들의 관심 초점은 4G LTE 전송 속도에서 이미 세계 1위(글로벌 조사기관 오픈 시그널 2019년 2월 발표)인 한국에서, 통신사들이 어떻게 5G 가입자를 끌어들이는가에 맞춰져 있다. 3G는 2G에서 불가능한 웹 검색을 가능하게 했고, 4G는 3G에서 어렵던 동영상 시청을 편하게 해 큰 성장을 했는데, 5G에는 이같은 킬러 앱(사용이 폭증하는 콘텐츠)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특히 한국 통신사들이 상용화 이전부터 킬러 앱이라고 공언한 VR에 대해 '대중적이라기 보다는 게임·성인물에 한정된 틈새 콘텐츠가 아닌가' 라며 한국의 VR·AR의 성공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통신3사가 1년 간 쏟아낸 VR·AR의 성적표는, 과기정통부가 매월 발표하는 5G 데이터 사용량을 4G 무제한 가입자의 그것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는 점에 비추어 아직도 그리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유추된다. 글로벌 통신미디어 조사기관인 오범(Ovum)은 "5G는 소비자 대상의 킬러 앱이 없고, 통신사들이 그것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통신사들이 5G 전국망을 갖춘다 해도 5G에서만 가능한 매력적인 콘텐츠서비스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5G의 성장은 거북이 걸음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4G 무제한 데이터 등에 만족한 소비자들이 4G 보다 빠르다는 가치 만으로는, 추가 요금을 내며 5G로 갈아탈 이유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같은 상황은 이미 국내 통신업계에서도 예견 되었다. 한 통신사의 최고경영자는 2018년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석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통신사들의 경영진을 만나보니 이구동성으로 5G로 돈 벌기 쉽지 않겠다고 한다. (자율주행차 같은) B2B는 요원하니, 5G의 문제는 수익모델"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5G를 상용화한 미국 버라이즌의 경우는 가정의 유선 초고속인터넷 사용료가 비싼 지역을 타깃으로, 5G 초고주파(28GHz 밀리미터파)로 가정에 초고속인터넷을 제공하는, 확실한 수익모델의 사업 ('5G a Home')에 공을 들인다. 미국의 경우는 또 4G의 속도가 87개 국 가운데 47위(오픈 시그널 조사)로 느려서 5G의 빠른 속도가 소비자에게 꽤 가치가 있다. 국내 통신3사가 5G 수익모델을 갖지 못하면 '5G로 장비업체 배만 불려주고, 통신사는 4G와 5G 2개 망 운영 비용까지 안아 골병 든다'는 업계의 푸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내 통신3사는 새로운 1년에 5G 망의 진가를 보여줄 기지국 확충과 단독 모드, 초고주파 28GHz 대역 개통과 함께 수익모델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선 소비자들이 5G로 '무엇을 할지', 무슨 차별적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알게 해줘야 할 것이다. VR도 계속 밀어붙이려 하면, 대중에게 VR이 무엇인지, 사용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듣게 해야 한다. 그것을 보지 않으면 감질이 나서 참지 못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5G를 통한 스포츠 경기의 실시간 스트리밍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찾아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유럽의 통신사들은 5G의 속도의 강점을 활용하여 속도 구간 요금제를 도입해 수익 제고를 꾀했고, 중국의 경우는 가입자 몰이를 위해 5G 상품 일부에 대해 4G보다 요금을 낮추는 전략을 쓰고 있다. 5G를 서둘러 상용화한 국내 통신사들이 지속적으로 5G 서비스를 하려면, 5G로 소비자의 일상에 어떤 가치를 주어 수익을 만들지 답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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