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한림원 '대응·대처방안 제언'
장기화 우려 속 전문가 의견 담아

국내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역과 집단 특성에 따라 풍토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교한 예측모델을 만들어 앞으로 새로 출현한 바이러스 감염증을 예측·대비하는 노력과 기존 치료 물질의 새로운 약리효능을 검증하는 '약물 재창출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2일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코로나19 단계별 대응과 대처방안에 대한 제언'을 공개했다. 이번 제언은 코로나19 사태가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과 장기화 우려 속에서 나온 전문가 의견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변이는 현재까지 2개 유형(S형, L형)으로 나타났는데, 감염자 규모가 커지면서 새로운 변이 유형 출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또한 빠른 전파력, 무증상 전파 가능성, 다양한 전파경로, 글로벌 유행의 시차성 등의 코로나19 특성과 이를 차단하기 위한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없고, 동물숙주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면 풍토병으로 전환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일부 의학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감기처럼 매년 반복적으로 유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풍토병으로 전환될 경우 계절성과 전염성은 예측이 불가하지만, 의료대응시스템 개선 등으로 치명률(확진자수 대비 사망자수)은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치료와 예방과 관련해선 '약물 재창출 연구'가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기존에 검증된 약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약리효능을 실험하는 '약물 재창출 연구'가 평균 15년 이상 걸리는 신약개발에 비해 효과적이란 주장이다. 현재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 '트루바다', 말라리아 치료제, 독감 치료제 '아비간', B형 감염 치료제 '자닥신', C형 감염 치료제 '인터페론', '리바비린' 등이 다양한 치료물질을 활용해 코로나19를 치료하기 위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안전한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함께 국가적으로 신종 바이러스 예방 백신과 치료제를 신속 개발하기 위한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령, 바이러스 분리에서 세포 수준의 스크리닝과 마우스부터 영장류에 이르는 동물모델 개발을 위한 시험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이를 한 공간에서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한 정교한 감염병 예측모델 확립도 제안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캐나다 스타트업 기업이 AI를 활용해 코로나19 발생을 정확히 예측했던 것처럼 다양한 의료 데이터와 AI 간 융합을 통해 감염병에 대한 정교한 예측모델을 만들어 국민 건강과 보건의료 향상 등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개인이 방역의 주체가 돼 마스크 착용, 대규모 모임 금지 등 사회적 거리 두기와 직장 내 2m 간격 두기, 손씻기, 여행 자제, 호흡기질환 예절 등을 철저하게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민구 한림원장은 "코로나19 사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향후 발생할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대응체계 마련에 과학기술계의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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