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 대비 선제적 하향조정
직원 평균 연봉 1년새 1.1% ↓
등기이사 연봉은 최대 52% 늘어



[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극심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여의도 증권가가 지난해 일찌감치 부진한 실적을 염려하며 직원들의 몸값 지출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등기이사 연봉은 되레 두 자릿수 올라 '고통분담' 없이 나홀로 '연봉잔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5대 증권사의 2019년 직원 평균 연봉은 전년 대비 1.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빅5 증권사 가운데 지난해 평균 연봉이 가장 높았던 건 NH투자증권이다. 이 회사의 작년 직원 평균 연봉은 1억2300만원으로, 2018년 1억2100만원에서 200만원 인상됐다.

반면 KB증권은 같은 기간 2.5% 줄었다. 1억2200만원이던 직원 평균연봉이 1억1900만원으로 깎였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도 1억1396만원에서 1억1382만원으로 소폭 낮아졌다.

삼성증권 직원 평균연봉은 10% 넘게 급감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지난해 평균 1억872만원을 수령해 2018년(1억2171만원) 10.7% 줄었다.

미래에셋대우 직원들의 연봉은 평균 6% 넘게 늘어났다. 미래에셋대우 직원들은 2018년 1억63만원에서 지난해엔 6.3% 늘어난 1억400만원씩 챙긴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증권맨 최고 몸값을 준 메리츠종금증권도 전년보다 약 4% 가량의 임금을 덜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1억3535만원이던 이 회사의 직원 평균연봉은 지난해 1억3031만원으로 500만원 정도 줄었다.

직원들이 이처럼 실적 부진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연봉을 하향 조정한 반면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 등기이사 연봉은 큰 폭으로 올랐다.

NH투자증권 등기이사 평균연봉은 지난해 8억800만원으로 전년(5억3200만원) 대비 51.9% 늘었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측은 전년대비 해당 등기임원수가 감소해 평균연봉이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6억7300만원이던 등기이사 평균연봉이 지난해 7억5400만원으로 한 해 사이 12.0% 껑충 뛰었고 KB증권은 4억7700만원에서 4억9000만원으로 2.72% 올랐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도 4억2553만원에서 4억8821만원으로 14% 넘게 인상됐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 등기이사 평균연봉이 10억1500만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지만 2018년(31억3400만원) 등기이사 3명의 퇴직소득 포함, 누적소득까지 반영됐던 만큼 외려 6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코로나19 발(發) 구조조정 칼바람이 국내 금융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도 이를 빗겨가지 못할 것이란 점이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주식을 사고 파는 '엄지족' 투자자 증가로 증권사 지점이 지난 한 해 100개 가까이 문을 닫은 데다 올 상반기 이미 추가 통폐합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점포 대형화'를 앞세워 지점 통폐합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구조조정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KB증권은 올 들어 4개 지점을 폐지해 지난해 112곳이던 영업점이 108곳으로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86개 지점, 26개 라운지(WM 복합점포 70개)였으나 오는 6일 구로지점의 가산디지털지점 WM 복합점포 전환과 함께 75개 지점, 33개 라운지(WM 복합점포 71개)로 조정되면서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달 15일 1개 영업소(지점 아님) 통폐합을 단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무영업소가 인근에 있는 서광주 PB센터로 합쳐진 것으로 점포효율화와 대형화를 목적으로 진행된 건"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도 연초 1개 지점 통폐합을 실시했다. 회사는 "점포 대형화 차원"이라며 "종합적인 솔루션 제공과 PB 역량 강화 등을 통한 영업기반 확대를 위해 지방 대도시 단위로 대형 거점점포들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지난 1월 의정부-노원지점에 이어 2월 제천 지점과 원주 지점이 합쳐졌다. 미래에셋대우는 "지점 대형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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