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나 한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0)이 발생 초기에 전 국민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흔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위생 관념이 없는 사람으로 여겨져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선 전혀 딴판이다.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앙지가 되고 있는 데도 유럽 지역 국가에선 아직도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동·서양 간에 마스크를 둘러싼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서양에선 마스크를 끼는 건 환자들이나 하는 것이고, 대개 강도 등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복면을 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또 한 가지 보건 당국의 인식도 이런 현상에 일조한 것으로 해석한다. 미국과 유럽의 보건 당국은 마스크가 전염병을 예방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혀진 게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이러한 인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당장 코로나19 억제에 마스크가 필수가 아니라던 세계보건기구(WHO)가 착용 권고로 입장을 선회하는 모양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WHO는 지역사회 차원에서 코로나19 전파를 통제하기 위해 좀 더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에 대해 계속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WHO는 의료용 마스크에 대해 아프거나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WHO는 증상이 없는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더 위험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WHO의 기존 권고와 달리 최근 일부 유럽 국가가 이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미국도 전 국민의 마스크 착용 권고를 놓고 당국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시민 모두는 공공장소에 가실 때 마스크를 착용하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코로나19로 25명이 사망하고 바이러스 감염 인구가 6000명을 넘어서는 등 맹렬한 확산세가 지속하자 일반인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 것이다.

앞서 체코는 지난달 19일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으며, 면 마스크를 직접 제작해 사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 오스트리아와 독일 동부 튀링겐주(州)의 도시 예나에서도 지난달 말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미국 보건당국도 일반 대중의 마스크 착용 지침 개편을 검토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마스크 착용과 관련, "원하면 스카프를 사용하라"며 "마스크일 필요는 없고, 적어도 일정 기간에는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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