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유동성 확보 나서 자산매각에 사업 구조조정까지 BSI 57 불과… '금융위기' 수준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제조업체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폭락했다. 전 분기 대비 하락폭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골목상권, 대기업, 제조업 할 것 없이 모두 다 '공포의 4월'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 등 주요 대기업들까지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들 대기업들이 '코로나19 혹한기'를 버티기 위한 긴축 경영에 나설 경우 소비시장 위축은 물론 협력사 자금위기 등 연쇄적인 충격파가 불가피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22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분기 경기전망지수(BSI)가 57로 전 분기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고 2일 밝혔다.
경기전망지수가 100 이하면 분기 경기를 전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상이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2분기 BSI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55)에 근접한다. 낙폭 역시 당시(-24포인트) 이후 최대치다.
지역별로는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 감소 피해가 큰 제주(43)와 인구 10만명 당 코로나19 발생률이 높은 충남(43)의 BSI가 가장 낮았다. 대구(50)와 경북(51)도 부진했다.
대한상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매출 감소와 생산 차질이 자금 회수를 차단해서 기업들을 극심한 자금 압박으로 몰아넣는 실물-금융 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퍼지고 장기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체감경기 반전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요 대기업들은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매주 주요 계열사와 관계사의 자금조달 상황을 점검하는 등 사실상 실시간 대응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최근 전 계열사에 현금성 자산 확보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 확보를 위한 자산 매각도 이어지고 있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이 보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와 건물,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의 제주 서귀포시 호텔 매각을 추진 중이다. 롯데와 이마트 등도 점포 구조조정과 땅 매각 등으로 현금 확보에 나섰다.
사업 구조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사실상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중이고,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제철소 전기로 열연공장에 대해 매각 등을 검토 중이다. OCI와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한편 대한상의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은 코로나19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세제 지원(72%), 기업조사 유예(35.3%), 조업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31.4%), 내수·관광 회복을 위한 인센티브(28.5%)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한상의 코로나19 대책반장인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코로나의 경제적 충격이 대기업-중소기업, 내수-수출, 금융-실물에 관계없이 매우 광범위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일시적 자금경색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일선 창구에서 자금 집행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