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ICT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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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코로나19' 확산이 파죽지세다. 국가, 인종, 민족, 성별, 나이 등을 가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무차별적이고 무관용적이다. 코로나19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고 예외도 없다. 바이러스 특성이다.

또 다른 특성 하나 더. 자신을 받아주는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조용히 침투해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다. '병리적 에고이즘'이 강한 놈이다. 멈추는 법도 없다. 무한 증식의 욕망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 자신이 증식할 사람을 찾아 빠르게 이동하고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급기야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만큼 '강력한 살인마'로 돌변하기도 한다.

2020년 벅찬 새해를 앞둔 지난해 12월 말 이 놈은 중국에서 '이름 모를 감염병'으로 등장했다. 사람들은 이 놈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단순 폐렴인 줄 만 알았다. 하지만, 이 놈의 실체가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했고, '무명(無名) 바이러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이름이 알려지자 위세를 한껏 부렸다. 발원지격인 '중국'을 지나 인접한 한국 일본 등 아시아로 퍼져갔고, 가장 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이탈리아를 발판 삼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지역으로 급속히 뻗어 나갔다. 최근에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은 물론 중남미 지역으로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가히 '기습공격'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자신의 무대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사람들은 고작 이름만 알게 된 이 놈에게 무참히 당하고 있다. 이 놈의 공격에 인류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이 놈의 위세에 전 세계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예전에 흥미진진하게 봤던 바이러스 소재 영화 몇 편이 떠오른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진짜 현실인지, 아니면 영화 속 장면인지 착각이 들 지경이다.

더 참담한 것은 바이러스 영화 속 결말은 인간이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 간다는 '해피 엔딩'이 아닌 '미래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바이러스와 인류의 싸움은 "영원히 끝이 아니다"라는 영화 속 예언적 경고임을 간파하자,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인류와 바이러스 간 투쟁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역설적이게도 바이러스 발생 이후 인류는 모든 분야에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14세기 중반 창궐한 '페스트'(흑사병)는 5년 동안 유럽 인구의 30%를 죽음에 이르게 한 치명적인 감염병이었다. 당시 유럽 사람 3명 중 1명이 목숨을 잃었을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페스트 이후 인류는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페스트 발병 이전과 비교해 사회, 경제적 상황은 나아졌고, 무엇보다 인구 수 급감으로 식량 부족이 자연스럽게 해결돼 기근과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삶이 좋아졌다. 그 덕분에 유럽은 발전할 수 있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감염병으로 꼽히는 '결핵'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년 동안 결핵으로 사망한 사람은 10억명에 이른다고 한다. 16세기 유럽에서 남미로 퍼져나간 결핵이 원주민 30%의 목숨을 앗아가 유럽인들은 신대륙을 손쉽게 차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인류의 희생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만들어질 때까지 인류를 괴롭힐 것이고, 앞선 페스트, 결핵 등의 사례처럼 인류 역사와 생활상을 새롭게 바꿔 놓을 것이다.

중국 최고 병법서로 잘 알려진 '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즉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상대편과 나의 약점, 강점을 충분히 알고 난 이후 승산이 있을 때 싸움에 임하면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지금 우리는 코로나19에 얼마나 알고 있을까. 분명한 것은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 놈을 하루 빨리 없애야 한다는 조급함과 성급함도,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감도 가질 필요가 없다. 보다 냉철한 자세로 평상심을 잃지 않고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하면 된다. 그런 후에 지금보다 방역시스템을 좀 더 촘촘히 점검·구축하고, 방역·진단·치료·확산 등 감염병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한 노력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좀비 바이러스를 다룬 영화 '월드워Z'는 마지막에 주인공은 이런 말을 남긴다. "사람은 어떤 일이 터진 후에야 뒤늦게 후회해. 이건 인간이 멍청해서가 아니야. 단지 본능일 뿐이지."라고.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 "우리는 전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준비하지 않으면 인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제발 코로나19 대응에 '자화자찬'을 내세워 변죽만 울리는 어리석음과 우쭐함을 버렸으면 한다. 지금보다 더욱 강력해진 기능을 장착하고 언젠가 우리 앞에 또다시 나타날 '포스트-코로나19'에 철저한 대응과 준비가 지금부터 필요한 이유다.

이준기ICT과학부 차장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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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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