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출산율이 0.9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배경엔 청년층이 결혼을 기피하거나 결혼을 해도 자녀를 낳지 않는 무자녀 가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혼인 생애를 마무리한 1974년생 여성의 경우 40세까지 비혼 상태로 남아 있는 비율이 12%를 넘었고 1980년 기혼 여성이 자녀를 낳지 않는 비중은 13%에 육박했다.
30일 우해봉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과 박시내 통계개발원 경제사회통계연구실 사무관은 통계개발원의 계간지인 KOSTAT 통계플러스 2020년 봄호에 발표한 '저출산·고령 사회의 현황과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1974년에 태어난 여성의 생애 비혼율은 12.1%로 나타났다. 1940년생(1.2%), 1954년생(2.6%), 1964년생(4.2%)과 비교하면 급격하게 증가한 수치다. 교육 수준별 현황을 보면 대졸 이상 여성의 생애 비혼율(72~74년생, 13.1%)이 고졸 이하 여성(9.4%)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우해봉 위원은 2012~2014년 혼인 이행 패턴이 앞으로 지속한다면 40세 기준 '생애 비혼' 인구 비율은 18~19%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혼을 했어도 자녀를 낳지 않는 무자녀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분석 결과 1980년생 기혼 여성의 무자녀 비중은 12.9%였다. 1920~1960년생 2.0~3.0%, 1970년생 4.8%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조사 결과 무자녀 기혼 여성은 유자녀 기혼여성에 비해 대학원 이상의 비중이 2.4%포인트 높았고 무자녀 기혼남성은 유자녀 기혼남성에 비해 전문·관리직 비중이 3.9%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학벌이 높고 전문직을 종사한 사람일수록 무자녀를 선호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자녀를 낳지 않는 이유는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29.0),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생활하고 싶어서'(25.2%), '부부만의 생활을 즐기려고'(24.2%), '불임'(19.9%) 순이었다.
박시내 사무관은 "무자녀 기혼여성의 향후 자녀 출산 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인구나 경제적 요인보다는 자녀의 필요성과 부모 역할 등 가족 가치관 요인이 더 컸다"며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과 경력단절 등 경제적 원인, 전통적 성 역할과 가족주의 가치관 붕괴 등으로 출산을 필수가 아닌 개인의 선택으로 여기는 가구가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무관은 "취업자인 여성이 비취업자보다 향후 출산 의향이 더 높은 점은 일·가정 양립 문화의 정착으로 출산율을 높일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성승제기자 ban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