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현대제철이 이사회 구성원의 보수한도액을 종전보다 30억원 낮추기로 했다. 실적 부진에 더해 국민연금이 보수한도액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실제 지급액과 차이를 줄이기 위한 차원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오는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이사 보수한도 승인 금액을 지난해 80억원에서 올해는 50억원으로 줄이는 안건을 올렸다. 2018년까지는 한도액이 100억원이었다.

올해 이사진은 안동일 사장을 포함해 9명(사외이사 5명)으로 꾸려진다.

이사 보수한도액은 이사회 구성원에 대해 지급하는 한도액을 의미한다. 대부분 기업은 전년과 동결하거나 높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보수한도 축소는 보수한도액과 실제 지급액의 괴리감을 축소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올해 주총과 관련해 지난 18일까지 의견을 제시한 19개 기업 중 DB손해보험, 효성첨단소재, S&T중공업 3곳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했는데 모두 '보수한도수준이 보수금액에 비춰 과다하고 보수금액이 경영성과대비 과다하다'가 사유였다. 이들의 지난해 보수한도액 대비 집행금액 비율은 10~30% 수준이다.

국민연금 한 관계자는 "실제로 지급되는 금액에 비해 과도하게 보수한도액을 높게 설정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80억원의 보수한도액을 정했지만 실제 지급한 금액은 22억4000만원으로 집행비율이 28.0%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5대 철강그룹 중 KG동부제철(17.3%)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포스코는 보수한도액 100억원 중 65억1000만원을 지급해 65.1%였고 계열사인 포스코강판도 60.0%(9억원)으로 절반을 넘었다. 세아그룹도 세아베스틸(45.4%, 11억3600만원)을 제외하면 모두 50%를 넘겼고 오너기업인 동국제강은 31.9%였다. 이들은 올해 보수한도액을 전년과 같은 규모로 유지시켰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단위: 억원>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단위: 억원>
고위급 인사의 변동이 컸던 것도 보수한도액이 축소된 배경으로 꼽히다. 현대제철은 2014년지난해 장기집권 체제였던 우유철 전 부회장과 강학서 전 사장이 동반 퇴임하고 김용환 부회장과 안동일 사장이 새로 부임했다. 우 전 부회장과 강 전 사장이 모두 이사회 구성원이었던 반면 김용환 부회장은 이사진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외이사의 경우 보수 변동폭이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보수액은 내부 인사 변동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크다.

2018년 사업연도에 대한 지급액을 보면 보수한도액 100억원 중 108억5300만원이 지급됐다. 이 중 우 전 부회장, 강 전 사장, 송충식 전 부사장 등 3명에 대한 퇴직금 77억원을 제외해도 30억원을 넘어 지난해보다 8~9억원가량 많다. 퇴직금은 보수한도에서 제외된다.

다만 올해 주총에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지만 정 부회장은 이전부터 보수를 받지 않아 이번 한도액 변경과는 무관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부진에 따른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취지"라며 "국민연금이 일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에 부합하기 위한 것도 이사 보수한도액을 축소시킨 배경"이라고 말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현대제철 제공>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현대제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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